치밀하고 추진력 있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주도한 오남수(60)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재계에 알려진 와인 애호가다.
오 사장을 처음 와인의 세계로 이끈 것은 ‘맘씨 마데이라’ (Malmsey Madeira). 숙성 과정에서 브랜디를 섞는 포르투갈의 포트(Port) 와인과 비슷한 일종의 강화와인(알코올 도수나 당도는 높인 와인)이다.
어느 날 동료가 출장 길에 선물로 준 이 와인을 별 생각 없이 따서 마신 그는 고향의 모과주처럼 달짝지근하고 떨떠름한 맛에, 중국술 샤오싱주(紹興酒)와 같은 흑갈색 빛깔, 풀어내기 어려울 만큼 뒤엉켜 있는 복합적인 향에 순간 ‘이것이 바로 와인의 맛인가’라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 와인의 생산지는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으로,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귀양가는 길에 들른 적이 있는 곳이다.
당시 영국 영사는 적군이지만 나폴레옹의 영웅적인 모습에 매료돼 마데이라 한 통을 선물로 줬고, 그 후 나폴레옹이 죽은 뒤에 찾아가보니 그 와인을 모두 마셨던 것을 확인됐다. 마데이라는 나폴레옹의 마지막 와인이었던 셈이다.
오 사장은 마데이라와의 만남 이후 와인 관련 책자를 찾아보고 또 와인 숍을 드나들며 와인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를 구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와인을 탐문했다.
누구라도 싸고 좋은 와인을 선택해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나더 와인 어나더 테이스트(Another Wine, Another Taste)’란 40여 쪽짜리 와인 가이드북도 발간했다. 이 가이드북은 벌써 5,000부 이상 인쇄됐다.
오 사장은 자신의 와인 책에 소개한 수많은 와인 중 어떤 와인을 가장 선호할까. 화이트의 경우 그가 가장 손꼽는 와인 품종은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매운 찌개나 국, 불고기 등 자극성이 강한 음식들과 다양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묵직한 탄닌을 지녀 육류와 잘 어울리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자주 찾는다.
그는 “와인을 알면 알수록 경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정성과 열정을 얼마나 쏟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듯, 와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지역이라도 와이너리의 경영자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느냐, 누적된 경험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게 오 사장의 생각이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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