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헤어진 부부가 60년 만에 기적적으로 재결합한 사연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해바라기> 를 연상시키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시베리아 보로블리양카 출신 보리스(80)와 안나 코즐로프씨. 해바라기>
13일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에 따르면 1946년 전쟁 통에 생이별한 이들은 그 동안 새 배우자와 함께 살아왔으나 지난 해 극적으로 다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동네 친구로 사랑을 키운 이들은 입대한 보리스가 잠시 휴가차 나온 46년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혼식 사흘 뒤 보리스가 붉은 군대로 되돌아갔고, 아버지가 과거 집단농장 입소를 거부한 전력 때문에 ‘인민의 적’으로 낙인 찍힌 안나가 가족과 함께 시베리아로 유배됐기 때문이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온 보리스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안나를 찾았으나 소식을 듣지 못했고 결국 재혼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안나를 잊지 못해 그녀를 위한 책을 쓰기도 했다. 안나 역시 보리스와의 이별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나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세월이 흐르고 배우자와 사별한 안나는 구 소련이 붕괴되고 고향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자 지난해 보로블리양카를 방문했다가 전 남편 보리스와 조우했다. 60년만의 만남이었지만 한 눈에 그가 보리스 임을 알 수 있었다. 안나는 “그를 처음 본 순간 내 눈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친숙한 남자가 나를 보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심장이 뛰었고 보리스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마침 부모의 묘를 참배하러 고향을 방문한 보리스도 뜻밖의 만남에 대해 “난 그녀에게 달려가 ‘난 당신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소, 내 아내’라며 맞이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리스 역시 새로운 삶을 함께 했던 아내를 잃고 혼자 살고 있었다.
보리스는 “지난해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예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헤어져 있는 동안 다른 여자를 사랑했지만 안나야말로 내 인생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