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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의 교양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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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의 교양을 읽는다'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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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애 지음ㆍ박혜원 김주리 옮김 / 휴머니스트 발행ㆍ464쪽ㆍ1만7,000원

수ㆍ당 이래의 과거제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작문시험을 중요시해왔다. 사회주의국가 중국도 1951년부터 대학입시에 작문시험을 포함시키고 문화혁명 때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시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류지에(劉潔) 경기대 중문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반세기 동안 출제된 중국 대입 작문시험 문제를 통해 시대에 맞추어 변화해온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살피고 있다.

신중국 설립 초기의 작문 문제는 공산혁명 정신을 중심으로 국가와 특정인물을 찬양하도록 하는 정치색을 띤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1956년에는 ‘행복의 시대를 살다라는 주제로 작문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돼, 대입 응시생들에게 사회주의 신중국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약진운동 중에 감격스러웠던 사건, 정풍운동 중에 발생했던 사건 중 하나를 선택해 서술하도록 한 58년의 문제나, 노동하면서 얻은 교훈, 대약진중에 나타난 새로운 사물에 대해 서술토록 한 60년의 문제도 같은 유형이다. 문화혁명(1966~1976) 직후인 77년에는 ‘당에게 하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기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로는 경제발전에 따른 배금주의, 개인주의, 환경오염, 물질문명에의 경도 같은 사회현상을 조명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사람들의 교양 및 가치관과 관련한 문제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01년에는 ‘성실과 신용’을 주제로 한 문제가 출제됐는데, 상인들이 이윤을 위해서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관리가 영달을 위해 치적을 허위보고 하는 등 성실과 신용의 결핍이 심해지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효(孝), 인정(人情), 윤리의 재건, 개인적 수양에서 습관의 중요성, 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의 변화, 개혁개방으로 인한 변화 등의 다양한 작문 주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은 한국인들이 친숙한 유교문화권의 전통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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