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도 이번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은 금리인하 카드를 뽑지 않을 수 없게 됐다. 0.25%포인트냐, 0.5%포인트냐만 남아 있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주택ㆍ금융ㆍ재정 여성인클럽 연설에서 "성장을 지지하고 경기하강을 막는 적절한 담보물을 확보하기 위해 실질적 추가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또 "최근에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진 만큼 보다 낮은 금리가 요구될 수 있다"며 "미국 경제의 하향 리스크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버냉키 의장은 경제 침체 위험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은 채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되풀이해왔다. 그 동안의 금리인하폭도 시장기대(0.5%포인트)와는 달리, 10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에 그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해 경고음이 계속 커지는 상황.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이 최근 5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가 미국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6개월전과 지난 달 부정적 응답자가 각각 23%, 3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날로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시장은 29~3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이 바라는 인하폭은 0.5%포인트 수준.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5%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농업부문 고용도 예상치(8만명)를 훨씬 밑도는 1만8,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쇼크'가 가시화되면서 0.25%포인트로는 경기 하강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날 버냉키 발언을 종합해보면, 0.5%포인트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달아 금리를 낮췄지만 쉽게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0.5%포인트 정도는 낮추어야만 단기적으로라도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플레 우려도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0.5%포인트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보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현재 미국은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하기는 어렵다"며 "일단은 0.25%포인트 정도 내려놓고 또 다시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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