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이 남녀간 사랑에 견주어 문장의 유형을 나눈 친필 글이 발견됐다.
단국대 사학과 김문식 교수는 이 학교에 소장된 연민(淵民) 이가원 선생의 기증도서인 ‘연민문고’에서 연암의 산문 23편을 선별해 편집한 ‘영대정집(映帶亭集)’이라는 문집을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영대정집은 연암 집안에서 소장했던 것임을 보여주는 ‘연암산방(燕岩山房)’이라는 도장 글씨가 찍혀 있는 희귀한 판본으로 확인됐다”며 “서문은 처음 공개되는 연암 글인 데다 연암 친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암은 서문에서 서간체 형식을 빌려 남녀간 사랑에 세 가지 형식이 있듯이, 문장 또한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여인과 같은 절세미인을 만나 눈짓으로 나누는 사랑. 그러나 이는 군자와 숙녀의 만남이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작약꽃을 주면서 남자와 장난을 치는 여인이 있으나 정숙한 사람은 토할 지경이 된다고 썼다. 세번째 사랑으로는 산골 마을에 사는 늙은 농부가 키운 처녀와 보리 열 가마를 수확하는 농부집 아들과의 사랑을 들었다. 연암은 슬픔이나 즐거움이 극에 달하거나 하는 일이 없이 시골 사람다운 사랑이 자신의 문장의 유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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