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10월 2~4일) 직전인 9월26일 1박2일의 일정으로 서울을 극비 방문,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갔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김 부장은 정상회담 이후인 11월에도 서울을 방문해 노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김 부장의 극비 방문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9월 15, 16일 정상회담 의제 협의를 위해 방북 했을 때 제안해 이뤄졌다. 김 부장은 노 대통령에게 북측의 10ㆍ4 공동선언 초안을 제시했고, 김 원장과 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최종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최근 이러한 정상회담 성사 과정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2006년 11월 취임 직후 노 대통령에게 국정원과 북한 통전부 사이의 비공개 실무접촉 내용을 보고하고,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경색 국면으로 추진이 쉽지 않았다.
이후 2ㆍ13합의 도출 등 북핵이 해결 기미를 보이자, 김 원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제21차 장관급회담 때 북측 대표단 숙소를 방문, 통전부 실장을 통해 김 부장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인식으로 공유할 수 있게 노력하자”며 사실상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김 원장의 호텔 방문이 알려지면서 정상회담 추진 의혹이 일자 국정원 측은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일상적 방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7월초 국정원이 ‘김만복 원장-김양건 부장’ 간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자 북측은 같은달 29일 김 부장 명의로 “8월 2, 3일 국정원장이 비공개로 방북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김 원장은 이에 따라 방북, 김 부장과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했다.
국정원은 이밖에도 10ㆍ4 정상선언의 이행을 강조하고, ‘평화포럼 출범?종전선언을 위한 4자 정상선언?평화협정 체결’의 3단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또 북핵 해결 추이를 봐 가면서 적절한 시점에 제3차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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