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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봉지 분리배출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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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봉지 분리배출 '하나마나'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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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봉지를 분리해서 버리라고 하면 뭐해. 반 이상을 그냥 태워 없애는데."

14일 오후 수도권의 한 재활용 업체 공장. 라면이나 과자 봉지 등 쓰레기로 버려진 필름포장지를 고형연료(RPF)로 되살려 내는 업체지만 기계는 잠잠하다. 재료를 쌓아 놓은 공장 구석에도 필름포장지보다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등 다른 재활용 원료가 쉽게 눈에 띈다. 대표 A씨는 "지난해는 3개월이나 공장 가동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식품 포장에 쓰이는 필름포장지의 재활용이 겉돌고 있다.

필름포장지는 석탄과 비슷한 수준인 1㎏당 5,000~7,000㎉의 고열량을 내는 고형 연료로 변신이 가능해 재활용시 환경은 물론 경제성도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발전소나 각종 공장의 연료는 물론 시멘트 제조과정에서는 재료로도 사용돼 쓰임새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2004년부터 필름포장지를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대상으로 지정해 분리해 버리고 수집하도록 했다. EPR이란 제조업체가 자신이 만든 생산품을 재활용하는 업체에 일종의 분담금을 내도록 해 재활용을 촉진하는 제도다. 필름포장지가 EPR 대상이 된 뒤 막대한 필름포장지 물량을 감안해 재활용 업체가 50개나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재활용 공장은 기계를 세워 놓고 노는 일이 비일비재한 반면, 시민들이 정성껏 분리 수거한 필름포장지는 지자체 등의 쓰레기 소각장에서 연기로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생산품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우려해 재활용 의무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정부가 정한 필름포장지의 재활용 의무량은 41.4%로, 8만톤만이 고형연료 등의 원료로 활용됐다. 지난해 국내 필름포장지 생산량이 20여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60% 정도가 그대로 소각된 셈이다.

재활용 업체도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여서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톤당 생산 비용은 8만원이고 판매 가격은 5만원 정도에 그치는데 비용 지원 없이 누가 재활용에 나서겠냐"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시민들이 1차로 필름포장지를 분리하고 지자체도 다시 따로 분류해 집하장에 모아 두어도 업체들이 가져가지 않아 다른 폐기물과 함께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업체와 환경단체에서는 필름포장지 재활용을 촉진하려면 정부가 재활용 의무량을 올려 업체에 돌아가는 분담금을 늘리거나 재활용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재활용 총량이 늘어나도록 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대량 수요처 개발과 함께 RPF 생산업체 측의 품질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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