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10일 총선 간판으로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내세운 것은 국민의 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 10년 간 형성되고 고착화한 민주개혁 세력에 대해 근본적 수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가 엄청난 반발을 뚫고 개혁 공천을 단행한 뒤 당을 총선 승리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신당 중앙위가 손 전 지사를 선택하면서 범여권의 법통은 끊어지게 됐다. 하지만 근본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신당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특히 총선에서 호남권을 제외하곤 전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선전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그는 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월 15일 경선에서 정동영 전 의장에게 대선후보를 빼앗긴 뒤 정치적 퇴직 상태였던 손 전 지사로서는 10개월여 만의 화려한 복귀지만 앞날은 극히 불투명하다. 그의 성패는 물갈이 공천을 통한 총선 생존 여부에 달렸다.
성공하면 2004년 탄핵역풍에서 한나라당을 구한 박근혜 전 대표처럼 급부상하지만 실패하면 정치 생명까지 위험하다. 그런데 그는 4월 총선까지의 한시적 대표인 데다 당권과 공천권 분리로 공천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강력한 반대파의 존재는 그를 주눅들게 한다. 경선파로 상징되는 반대파의 일부는 이날 선거에도 불참했고 이해찬 전 총리는 아예 당을 떠났다. 이 가운데 친노 세력, 정대철 그룹, 재야파 등의 발목잡기는 불 보듯 뻔하다. 손 전 지사가 단기간에 신당 내 계파 갈등을 잠재우지 못할 경우 이해찬의 친노 신당, 제3지대 야권 신당 등이 등장하면서 이쪽에 구심력을 빼앗길 개연성도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의 최대 지지층인 386세력을 전면에 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손 전 지사를 지원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정권재창출 실패에 386세력의 책임도 큰 상황이어서 공천 과정에서 어떻게 자기희생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세력화의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5ㆍ6공화국 퇴진론을 이슈화한 오세훈 의원은 불출마했다”며 “측근이나 386 의원들의 살신성인 없이 손 전 지사가 개혁공천 국면을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공천권이 없는 손 전 지사로서는 공천심사위원장에 대한 임명권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 측근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같은 중립적 인물을 내세워 물갈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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