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점화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일단 경찰은 용접 불꽃이 우레탄폼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튀어 폭발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점화 원인이 용접(배관업체)인지, 스파크(전기업체)인지에 따라 법적 책임이나 피해 보상 소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LP가스 통 몇 개 만으로 이번 참사에서와 같은 대형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유증기 폭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우레탄폼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용접기, 라이터, 그라인더나 망치 불꽃 등에 점화돼 발화한 뒤 시너가 함유된 우레탄폼을 따라 급격하게 번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우레탄폼 발포 작업을 끝낸 뒤에도 보완 작업을 위해 수천ℓ의 우레탄폼이 반입됐다는 공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세 차례 폭발음도 반입된 우레탄폼 밀폐 용기가 터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점화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 우레탄폼 작업을 했을 경우 시너가 증발하면서 폭발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알면서도 용접을 하거나 전기설비 작업을 했다면 안전관리 위반 책임과 보상 의무가 뒤따른다.
경찰은 참사 직전 냉동창고 냉매 주입용 배관설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현장에서 용접기 3대, LP가스 통 4개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배관설비를 할 때 배관을 구부리거나 붙이기 위해서는 용접 작업이 필수다. 이미 현장 관계자들로부터도 용접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한 상태다.
그러나 용접을 시작하자마자 폭발했다는 증언은 아직 확보하지 못해 스파크나 라이터, 그라인더나 망치 불꽃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인부 고용업체나 개인에 책임이 뒤따른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폭발과 화재 진행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용접 등에서 발생한 불꽃이 유증기에 닿으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업체 관련자들이 점화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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