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실수라고 할까.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을 짤 때마다 세 가지 오류를 되풀이했다. 청와대 조직은 작을수록 좋다는 축소지향주의, 전임자의 비서실은 몽땅 뜯어고쳐야 한다는 개편제일주의,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설제일주의가 그것이다.
집권 초 들뜬 마음에 청와대를 서둘러 개편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청와대의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 많은 부작용 우려되는 개편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그런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고 안정적 국정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첫 단계인 '최고의 청와대 만들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보도된 새 정부의 청와대 조직 개편안은 장점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청와대의 복잡한 지휘라인을 단순화하고 비대한 정부조직을 축소, 폐지하는 것은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 방만한 겹치기 조직에 대한 수술은 당연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무수석실 복원 △정무장관직 부활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의 일원화 △총리실의 권한 이양 △부총리실의 조정기능 흡수 등을 통해 정책조정기능을 과도하게 강화함으로써 '작지만 너무 강한 청와대'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 중심주의는 이 당선인처럼 모든 상황을 주도하려는 대세주도형 지도자의 조직관리 스타일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수준을 넘어 '컨트롤 타운'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운영방식이 대통령이 국정을 직접 지휘하는 방사형(放射型), 또는 경쟁모델로서 루스벨트 당시의 미국 백악관과 흡사하다.
루스벨트는 1930년대 경제위기 극복과 실업난 해소를 위해 과업지향적 경쟁모델을 도입해 리더십의 극대화, 참모들의 창의력 발휘, 관료주의 타파, 행정부 혁신 등과 같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적 리더십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루스벨트 시스템은 대통령이 정책 결정과정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해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고, 정책 실패의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된다. 또 청와대가 너무 강하면 정부 부처의 의욕이 상실돼 "어디 한번 잘 해보라"는 식의 태업심리가 발생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처음에는 좋을 것 같지만 갈수록 업무량이 폭증해 외곽 기구에 의존하게 되는 권력의 부메랑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 방사형 시스템으로 강한 청와대를 구현했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 말기에 나타났던 부작용이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성공하려면, 현 정부 아래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컨트롤 타워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청와대는 무능한 아마추어 참모 시비에 휘말려 행정부에 대한 정책 조정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 당선인은 청와대에 유능한 전문가 참모를 배치해 명실상부한 국정의 중심축을 형성해야 한다.
■ 유능한 참모들의 컨트롤 타워로
아울러 총리실이나 부총리실이 보유했던 정책 조정기능은 청와대와 관련 부처 간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이 당선자는 '자고 일어나 보니 변해 있었다'는 식의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선호한다지만, 굳어져 있는 권력의 틀이 일시에 바뀌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화려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자문자답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백악관 등 선진국의 국정운영시스템을 충분히 벤치마킹했는가? 역대 대통령 비서실의 장ㆍ단점을 철저히 분석했는가? 이명박 리더십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청와대 시스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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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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