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8일로 각 부처 업무보고를 끝마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토론보다는 실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일 잘하는 정부'가 지향점이다.
하지만 이는 공직사회의 일사분란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자칫 경직된 관료주의를 낳을 위험성이 있고, 실적에 집착하면서 한건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대목은 실천 의지와 현실성이었다. 2일 교육인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광범위한 의견수렴' '사회적 합의' '고려 사항' 같은 모호한 표현에 대해 가차없이 질책을 가했던 모습은 마지막 날까지 변함없이 계속됐다.
현실적인 실천 계획이 부족하다 싶으면 시한까지 정해 주며 재보고를 요구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국정운영의 청사진이 제시된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게 행정부의 지상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이 당선인의 불도저식 업무 스타일도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유류세와 통신비 인하 등 서민생활비 30% 경감 대책의 즉각 시행, 금융소외자 720만명에 대한 신용대사면 조기 실시 등이 단적인 예다.
정부조직 개편을 20여일 만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 3불정책 존폐나 금산분리 완화, 한반도대운하 사업 같은 사회적 갈등 사안에 대해 과감하게 결론내린 뒤 사후에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접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단선적 소통 구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특징이 될 것 같다. '작지만 강한 청와대' 구상과 부총리제 폐지 방침,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기능 재편, 당ㆍ정ㆍ청 일체화 강조 등이 이를 보여 준다.
이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정무와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확실히 틀어쥠으로써 사실상 당과 행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진두지휘할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실용주의적 접근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다.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다 보면 상명하달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ㆍ집행이 요구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공직사회가 창의성을 잃고 경직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성과주의가 한건주의를 부를 수도 있다. 이미 인수위 활동과정에서도 통신비 인하와 신용대사면 조치를 둘러싸고 몇 차례의 말 바꾸기가 있었다. 사회적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갈등 사안이 추진될 경우 방폐장 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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