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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우리가 달린다] ⑧ 탁구대표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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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우리가 달린다] ⑧ 탁구대표 유승민

입력
2008.01.1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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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있잖아요. 중국을 넘는 것도, 올림픽 2연패도 말입니다.”

8일 용인에 있는 소속팀 삼성생명의 훈련장에서 만난 유승민(26)의 표정에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상 밖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유승민이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 보였다.

“지금 중국 탁구는 예전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요. 90년대 비디오를 보면 유럽과 비슷한 정도였는데 지금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더군요.” 올림픽 챔피언으로 나서기보다 마음을 비운 채 ‘만리장성’에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다 보니 오히려 부담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유승민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도 올림픽 2연패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랭킹 1,2,3위를 휩쓸고 있는 왕하오-마린-왕리친 중국 삼각편대의 기세가 워낙 등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해 10월 마침내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1위에 등극한 ‘라이벌’ 왕하오의 상승세는 좀처럼 지기 싫어하는 유승민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다.

유승민은 “워낙 최고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상승세까지 타다 보니 정말 이길 수가 없었어요”라고 상대를 치켜세우면서도 “하지만 그 상승세가 작년이란 점이 다행이죠. 올해는 제가 탄력 받을 겁니다”라며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는 두둑한 뱃심을 보였다.

아테네의 기적 이후 유승민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반대로 당시 은메달에 그친 왕하오는 4년간 완벽한 선수로 성장했다. 왕하오는 지난 연말 각종 오픈 대회에서 한때 그보다 랭킹이 높던 마린과 왕리친을 쉽사리 꺾으며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4년이 흐른 뒤 유승민이 과연 왕하오를 깰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그때와 똑같아요. 세계최고는 아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건 다른 문제죠. 바로 정신력과 투혼입니다.”

유승민은 한국 탁구가 최고의 영예인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따낸 두 차례의 역사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88년 서울올림픽과 2004아테네올림픽. 대선배이자 스승인 유남규 전 대표팀 감독과 자신 모두 랭킹으로 금맥을 캐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둔 그에게 커다란 자신감으로 다가온다.

“아무도 달성 못한 최초의 기록을 세우고 싶어요. 올림픽 2연패란 정말 어렵죠.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있지 않나요?”

남자단식 올림픽 2연패는 만리장성 중국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도 아직 해내지 못한 미완의 영역. 유승민은 올림픽 2연패를 향한 프로젝트를 지난 해부터 시작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무대에서 마린과 왕리친, 티모볼(5위ㆍ독일)과 같은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올림픽 개막 직전인 7월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시드가 배정되기 때문에 현재 8위에 머물러 있는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우승 후보인 중국 선수들을 초반에 만나지 않기 위해서다.

남은 기간 유승민이 보완해야 할 점은 적지 않다.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되는 백핸드는 수비적인 면에서 많이 향상됐지만 공격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또 왕하오의 이면 타법(팬홀더 라켓 뒷면까지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한 공격을 꾸준히 받아 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스스로의 냉정한 평가다.

유승민은 ‘4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시합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이전에는 승부에 대한 강박 관념에 시달렸지만 해외오픈에 나가보니 유럽 선수들은 훌훌 털어버리는 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4년 전의 패기에 이제는 풍부한 경험까지 추가된 자신감의 표현이다.

유승민은 “단순히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기 보다는 ‘유승민은 탁구 하나는 정말 재미있게 치는 선수였지’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드리겠습니다”며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사고’를 칠 것을 다짐했다.

용인=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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