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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커플

입력
2008.01.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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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라 지히터만 / 해냄보부아르와 사르트르, 50커플의 '비범한 화음'

프랑스의 실존주의 사상가ㆍ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08년 1월 9일 태어났다. 1986년 78세로 몰. 보부아르가 1949년 발표한 <제 2의 성> 은 20세기 여성해방운동의 경전이다. 하지만 보부아르의 생은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다.

“나는 내 인생에서 여지가 없는 확실한 성공 하나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사르트르와의 관계이다.” 보부아르가 이렇게 말할 때, 사르트르는 그답게 한층 철학적으로 말한다. “당신과의 관계가 나한테 ‘필연’이라면, 다른 관계들은 그저 ‘우연’일 뿐이오.” 누군가는 ‘사르트르는 20세기 그 자체’라고 했지만, 20세기의 가장 이상적인 지성 커플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세기라는 시대의 한 상징이었다.

보부아르가 세 살 연상의 사르트르를 만난 건 1929년이다. 그 해의 교수자격시험에서 사르트르는 수석, 보부아르는 차석으로 나란히 합격했다. 그 때부터 1980년 사르트르가 사망하기까지 51년간 두 사람은 흔히 ‘계약결혼’으로 알려진,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두지 않은 채 각자의 연애를 공공연히 허용하는, 다만 신뢰에 바탕한 정신적ㆍ사상적 유대를 유지했다. 나중에 보부아르는 말했다.

“나와 사르트르가 우리 두 사람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을 때 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두 명의 개인 사이에 조화란 결코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하기야 그들의 집필과 사회참여 행동 자체가 그들의 가정생활이었고, 그들이 쓴 저작들이 곧 그들의 자식들이다. 6년 후에 숨진 보부아르는 파리 몽파르나스의 공동묘지에 사르트르와 합장됐다.

<커플> 은 독일어판이 원전인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하나인데, 보부아르ㆍ사르트르 커플을 비롯해 아담과 이브부터 인류사에 자취를 남긴 50쌍의 커플, 그들이 빚어낸 비범한 화음의 이야기를 풍부한 화보, 자료와 함께 담은 책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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