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되면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라는 구호 아래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조직개편 행태를 보면, 어떠한 정책기능에는 어떠한 조직구조가 적합하다는 이론적 근거도 없으며, 개편되어야 할 조직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 의한 문제점 도출도 없이, 추상적인 용어와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밀어 붙이는 것이 상례였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정부조직을 개편하고도 사후에 그에 대한 평가나 검증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개편 시마다 빠지지 않는 대상이 여성정책기구이다. 여성정책기구의 변천을 보면, 건국 시부터 전두환 정부까지는 보건사회부의 부녀국 형태로 있었으며 노태우 정부는 여성장관(정무2장관)을 두고 김영삼 정부는 정무2장관실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발 시 여성계의 여망을 외면하고 여성위원회로 개편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여성부를 발족시켰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보육과 가정부문이 보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성정책기구 변천의 특색은 다른 조직기구처럼 부침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기능과 조직이 확대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성 관련 부문의 정책과 행정 수요가 계속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동안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권의 신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 여성정책기구가 독립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이명박 당선인이 여성정책기구를 존치하고 그 기능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하였으나 보건복지부와 통합하거나 유사기능을 통합하는 안이 제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여성정책이 복지, 보건, 보험 등 보건복지부의 여러 기능 가운데 하나로 전락함으로써 그 고유의 기능이 희석돼 결과적으로 여성정책의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결국 최초의 여성정책기구 형태인 여성국으로 퇴보하는 것이다.
현재의 여성 진출과 여권 신장 추세를 보면 전통적인 여성특수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책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 따른 가정과 출산보육의 문제가 심각하고 여성 진출이 양적으로는 증가하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성의 계층화, 부문별 편중성에 처해있는데다 자영업자와 전업주부의 문제, 국가의 성장동력에 충원할 여성인력의 개발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은 실질적 평등을 정착시키는 성인지(性認知) 정책이다. 보편성에 의한 여성정책의 추진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를 존치하고 현재 6개 부처에만 설치되어 있는 여성정책 담당관을 점진적으로 전 부처에 확대해 모든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연방이나 캐나다도 이와 같은 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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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철ㆍ상명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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