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남편 15만명 넘어… 연상연하 커플도 13%로 껑충
여성의 사회 진출, 가부장제 문화의 쇠퇴 등 사회 변화와 맞물려 가족 내 권력 지형도도 달라지고 있다. ‘절대 권력’이나 다름없었던 남성 가장의 권위가 조금씩 해체되는 대신 아내와 아이들의 발언권은 크게 늘어나는 ‘권력의 분산’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전업 주부(主夫)’의 증가가 대표적 사례다. 통계청의 2006년 비경제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집안 살림을 전담하는 남성은 15만1,000명에 달했다. 2003년 조사의 10만6,000명 보다 45%(4만5,000명)나 늘어난 것이다.
‘바깥양반’ 남성과 ‘안주인’ 여성의 자리바꿈은 일차적으로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육아와 가사는 아내 몫이라는 전통적 관념이 약화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도식적인 남성상, 여성상이 무너지면서, 살림하는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 내 권력 구도의 변화 조짐은 뚜렷하다.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9,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내가 투자ㆍ재산 증식을 결정한다’는 가구가 2003년 14.8%에서 2006년 16.1%로 증가했다. ‘아내가 교육 문제를 결정한다’는 응답도 36%에서 39.2%로 상승했다.
육아 휴직 남성 증가나 ‘연상녀ㆍ연하남’ 부부의 꾸준한 증가도 같은 맥락이다. 3일 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육아 휴직 남성은 2003년 104명, 2006년 230명, 2007년 11월 현재 291명으로 늘었다. 2006년 결혼한 초혼 부부 중 아내가 연상인 비율은 12.8%나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족 내 권력 변화가 노인, 자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러기 아빠’에서 드러나듯 가정 내 남성의 소외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나 성 평등에 대한 의식이 향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가족 내에서도 ‘누가 결정권을 가지느냐’는 식의 권력적 접근보다는 부부와 가족 구성원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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