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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챔프' 최요삼 뇌사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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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챔프' 최요삼 뇌사 판정

입력
2008.01.0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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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 재등극을 노리며 투혼을 불사르던 ‘비운의 복서’ 최요삼(35ㆍ숭민체육관) 선수가 장기 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3일 0시 ‘영원한 챔피언’으로 영면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일 오전 전문의와 종교계 인사 등이 참석한 뇌사판정위원회(위원장 이정교 교수)를 개최, 뇌출혈로 혼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최요삼에게 뇌사 판정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컨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헤리 아몰(인도네시아)에게 경기 종료 5초 전 라이트를 안면에 맞고 뇌 수술을 받은 지 8일만이다. 최요삼의 심장 간장 등 주요 장기는 3일 오전까지 7명의 관련 질환자들에게 이식되며, 장례는 3일부터 5일까지 ‘권투인장’으로 치러진다.

뇌사 판정을 확정한 홍석경(외과) 교수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가족들이 뇌사 판정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가족들의 장기 기증 의사에 따라 3일 0시 사망선고와 동시에 장기를 적출, 이식 수술을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뇌사 판정의 결과적 원인은 두뇌압 상승”이라며 “뇌출혈의 직접 원인은 최초 진료자가 아니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싱이 인생의 전부였던 집념의 복서는 그렇게 사그라졌다. 과거의 영화를 잃어 복싱으로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복싱 한길을 걸으려 했던 뜻을 채 펴보지도 못한 채 쓰러진 최요삼의 죽음 앞에 주변 사람들은 오열했다.

최요삼의 동생이자 소속사인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경기로 말하면, 형이 이제야 12라운드를 모두 마친 것 같다”면서 “쓰러진 후 희망도, 좌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만 형을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뇌사를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최요삼의 장기 기증에 대해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던 형의 뜻을 실천하게 됐다. 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했던 마음이 이뤄지게 된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말할 때 욕을 많이 섞던 형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히던 최 대표가 “어머니가 형의 뇌사 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지만 결혼도 못한 형의 제삿밥이라도 챙겨 주자며 아버지 기일(3일)에 맞춰 인공호흡기를 떼자고 말씀하셨다”고 말했을 땐 모여있던 취재기자들조차 숙연해졌다.

뇌사 판정이 내려지자 중환자실 앞을 지키던 가족과 복싱계 선후배들은 오열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토해냈다. 홍수환(58)씨는 “고인의 뜻에 따라 마지막 식어가는 복싱의 인기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요삼이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고 싶다.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다 유명을 달리했을 때는 꼭 천국에 간다”며 눈물을 삼켰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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