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설립ㆍ운영 권한을 시ㆍ도 교육청에 완전히 위임하기로 했다. 대학의 자율화와 더불어 초ㆍ중등 교육의 분권화를 내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공약으로 볼 때 충분히 예상됐던 조치다.
문제는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감의 경우 선거 유세 과정에서 외고 설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교육 수요나 국가 전체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식 외고 난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특정 지역에 외고가 많아질 경우 분권과 자율에 맡겼으니 알아서 책임지라고 하기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폐해가 너무 크다. 교육 분권의 이념은 좋지만 평준화의 틀을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것이냐 하는 점이 주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미 기존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다 합치면 평준화 이전의 경기, 서울, 경복 하는 식의 명문고 학생수 비율을 훨씬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평준화를 깬다는 선언이 없었다 뿐이지 평준화의 틀은 이미 상당 부분 깨졌다. 여기에 더 많은 특목고를 세울 경우 특목고 안에서도 서열이 생길 것은 뻔하다.
서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특목고 진학을 위한 과외가 더욱 성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가계 운용과 어린 학생들의 심신 발달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 불균형이 심해질 우려가 큰 점이다. 재정 여건이 좋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교육적 혜택을 많이 받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보는 것은 국가가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가 나서서 균형을 추구하는 기능은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정권 인수 초기 과정에서 들뜬 기분에 일부 구호성으로 흐르는 일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의욕은 좋다. 다만 현실을 꼼꼼히 따져서 충분히 예견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일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자율과 분권을 외치는 것이 능사라면 뉘라서 그렇게 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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