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데이터 등 지음ㆍ우태정 옮김 / 예문 발행ㆍ648쪽ㆍ3만5,000원
“홈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백화점은 문을 닫고, 실무자와 CEO 간의 이메일로 중간 관리자는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교육 기관은 없어진다. 나아가 전자 투표가 보편화됨으로써 정치인들이 설 곳을 잃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미래 사회의 10대 트렌드’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의 일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래학의 내용이다.
그러나 세계적 미래학자 29명이 제시한 내용을 엮은 이 책은 미래학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전망과 숙제, 비판적 안목을 제시해 보인다.
하와이대 미래학 연구소가 미래학자의 임무, 미래학과 실생활과의 관계 등 5가지 질문을 보낸 편지에 대한 답을 모아 편집한 결과다. 책은 “미래학이란 유일한 미래가 아니라 대안적인 미래상을 예측하는 일”이라며 열린 공간으로서의 미래학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밋빛 미래학을 경계한다.
미래학은 몰가치적이지 않다. 웬델 벨 예일대 명예교수는 “미래학은 객관적인 도덕적 분석으로 사람들이 미래를 책임 있게 창조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라며 “문화권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들의 행동 기저에 존재하는 핵심 가치들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다.
미래는 그래서 책임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미래학은 신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후기구조주의 등을 두루 반영하는 비판적인 프로젝트라고 책은 말한다.
오랫동안 정치학 교수로 일해오다 미래학자가 된 세계미래연구위원 크리스토퍼 크리스토퍼 존스 세계미래연구협회 사무총장은 “미래학은 도덕적으로 후기구조주의적 허무주의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학생들이 도덕적 문제를 고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미래학은 인간이 플래닛 이터(planet eaterㆍ지구 파괴자)와 스타 메이커(star makerㆍ지구)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미래학의 존재 이유는 윤리의 제시에 있다. 벨 교수는 “미래학자 상당수가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바람직한 미래는 이들을 고용한 의뢰인의 목표 및 가치관에 어느 정도 좌우된다”며 경계했다.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사회학부 엘레오노라 마시니 교수는 “미래학이 사회 기능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회과학 간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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