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어민·시민단체 '정부 늑장 대응' 불만 폭발
“양식장이 오염됐는데 뒤늦게 오일펜스를 치면 뭐 합니까? ”
한달 전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생긴 기름유출이 이제는 전남 무안, 신안, 영광, 진도 등 서남해안 해역과 해안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전남 해안 일대는 온통 타르 덩어리로 몸살을 안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 남해안 등까지 사정권에 와 있어 어장 피해가 커 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영광군 안마도 해역까지 나타났던 타르 덩어리가 며칠사이 강풍을 동반한 북서풍을 타고 서남해안 갯벌과 해안을 초토화 시키고 그 기세를 몰아 제주도과 남해안을 위협하고 있다.
6일 현재까지 전남지역에서 타르가 집중적으로 유입된 지역은 영광ㆍ.무안ㆍ신안ㆍ진도ㆍ해남 등 5개 군으로 이들 지역 해안에서 전날까지 모두 850여톤의 타르를 제거했다. 타르는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김 양식장의 지주목과 김발 등에 들러붙어 올 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타르가 유입된 지역의 김 양식 현황은 진도 1만960㏊를 비롯, 신안 6,257㏊, 무안 1,123㏊, 영광 678㏊, 함평 32㏊ 등 모두 1만9,020㏊에 이르고 있다. 이들 김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김은 연간 5,200만속(1속은 100장)으로 전국 생산량의 78%를 차지하며, 소득은 연간 1,611억원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인 유산인 갯벌이 타르 덩어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당국의 방제작업은 속수무책이다. 갯벌에 스며드는 갯벌 덩어리 파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전국 최대의 김 양식장은 피해가 헤아릴 수 없다.
지난달 27일 해경은 어민의 신고로 영광 앞바다에서 이틀동안 작업을 하다가 타르덩어리와 흡착포 등 10㎏만 수거하고 날씨 때문에 철수했다.
실제로 태안해경, 목포해경 등을 관할하는 서해청이 사건 발생부터 총지휘를 하고 있지만 기름 덩어리는 사고지점에서 170㎞까지 파도를 타고 내려왔다. 이 때문에 “사전 대비와 홍보만 했더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늑장 대처. 타르 덩어리가 지나간 자리에 지난 3일 목포해경은 뒤늦게 생태보전지역인 함평만 인근과 김 양식장을 지킨다고 600m 오일펜스와 그물망을 치기 시작했다.
더욱이 해경은 사태의 확산에 대해 예산부족과 날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양식 어민들은 “이번 타르 유입으로 인해 김발에 타르가 붙어 가공 과정에서 타르가 한 조각이라도 유입되면 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수확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환경단체들은 “김 양식장 이외에도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등 해조류에 미치는 영향과 모래와 뻘속에 파고 든 기름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수년 동안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전체 수산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ㆍ시민단체들은 7일 오전 전남도청앞에서 해수부 장관, 해경청장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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