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 전성기의 마지막 거장 자코모 푸치니 탄생 150주년, 프랑스와 미국의 현대음악을 상징하는 올리비에 메시앙과 엘리엇 카터 탄생 100주년, 관현악법의 귀재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타계 100주년이다. 연주자 중에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 국내 공연 일정을 체크해보니 재작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과 같은 떠들썩함은 없는 것 같다. 푸치니 150주년이 가장 큰 이슈지만, 우리나라 오페라 공연 60주년과 맞물리는 바람에 의미가 희석돼 버렸다.
초반 스케줄 중에는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2월 29일 연주하는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이 주목된다. 인도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이국풍의 대작이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특별히 사랑하는 현대음악이기 때문이다. 투랑갈릴라>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성찬이 있다. 올해 아무런 기념 해에 해당하지 않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장대한 종교음악 세 편이 2월말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다. 우선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합창단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여 (2월 27일ㆍ 예술의전당)와 <마태 수난곡> (2월 28일ㆍ고양아람누리)을 공연한다. 마태>
성 토마스 합창단은 바흐가 27년간 봉직했던 바로 그 교회의 합창단이다. 고음악 오케스트라 중에서 큰 규모인 영국의 계몽주의시대 오케스트라는 클레어 칼리지 합창단과 함께 <요한 수난곡> (2월 28일ㆍ예술의전당)을 연주한다. 요한>
바흐의 종교음악으로는 200여곡에 달하는 칸타타가 가장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지만 정점에 있는 것은 올해 공연되는 세 작품이라 할 것이다. 특히 는 개신교도였던 바흐가 이례적으로 가톨릭 전례의 틀을 사용한 경우다. 이 때문에 바흐가 비밀스런 가톨릭 결사의 일원이었다는 추리소설이 프랑스에서 발간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반면 두 수난곡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순교한 역사를 비통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의 ‘패션(passion)’이 수난이란 뜻이니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패션>
엄숙한 미사와 비통한 수난곡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필자의 마음에는 기쁨이 앞선다. 남은 기간 동안 세 작품을 계속 들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날짜가 겹치는 28일 공연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기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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