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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보' 선동열의 아쉬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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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보' 선동열의 아쉬운 사퇴

입력
2008.01.0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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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컵 참가국 중 우리가 제일 늦게 끝났으니 선수들이 피곤하다. 대만 라뉴전은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이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한국시리즈 6차전 때보다 더 스트레스다. 경기 자체가 반갑지 만은 않다. 이 대회만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놀고 있을 것 아닌가?”

삼성 선동열 감독은 지난 2006년 11월 코나미컵 결승전 진출이 걸린 대만 라뉴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코나미 무용론’을 주장했다. 선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승팀 사령탑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고, 삼성은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았던 라뉴에 역전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당시 야구 팬들은 “감독이 경기 전부터 이겨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선수들의 정신 자세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동열 감독이 2일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수석코치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선 감독은 “대표팀에서 내가 투수 부문을 완전히 책임지고 있어 마치 사령탑이 둘인 것처럼 됐다.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현역 감독이 대표팀을 책임지다 보니 소속팀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선 감독의 말은 선뜻 이해할 수가 없다. 코칭스태프의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대 야구에서 투수 코치가 마운드 운용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모양새가 아니다. 선 감독과 마찬가지로 현재 두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경문 감독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의 대표팀 사퇴는 더욱 설득력이 없다. 두산은 김 감독 외에도 김광수 수석코치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한 달 이상 팀을 비워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소속팀 보다는 나라가 우선이다”며 사명감을 밝혔다.

현역 시절 대표팀 마운드의 기둥 노릇을 하며 1982년 세계선수권 우승 등의 쾌거를 이끈 선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전력분석요원으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는 데 일조했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는 대표팀 투수코치로 세계 4강 신화의 주역 이 됐다.

그동안의 공을 인정한다 해도 선 감독의 이번 사퇴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전임 감독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현역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나 코치를 맡는 한국 대표팀 운영에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오는 3월 열리는 2차 예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도중하차한 것은 ‘국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동주 홍성흔 구대성 등 스타급 선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바람에 전력이 크게 약해지며 일본과 대만에 참패했다. 그 이후 국제대회에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는 일정 기간 이상 대표팀에서 봉사하게 하자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대표팀 수석코치가 소속팀을 먼저 챙기겠다는 이유로 사퇴하는 마당에 앞으로 선수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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