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승부수 2003년 장미혁명 재연친미정책 러와 마찰… 빈부차 해소 등 과제
미하일 사카슈빌리(40ㆍ사진) 그루지야 대통령이 5일 실시된 대선에서 야당 후보에 두 배 가까운 득표차로 압승을 거두며 2003년 장미혁명의 영광을 재현했다.
이날 오후 그루지야 중앙선관위는 사카슈빌리가 52.8%의 득표율로 27%의 득표율을 거둔 2위 레반 가체칠라드제 후보를 앞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반정부시위가 촉발되었을 당시만 해도 사카슈빌리는 정치생명이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가 꺼낸 대통령직 하야와 조기 대선이란 비장의 카드는 주효했다.
‘정권 교체’를 한 목소리로 외치던 야당 세력들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자멸한 셈이다. 이 틈을 타 사카슈빌리는 국민의 최대 불만인 실업과 연금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정국 안정을 위해 분열된 야당 보다 강력한 여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며 재선에 성공했다.
사카슈빌리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후 미 컬럼비아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 법률회사에서 근무했다. 1995년 귀국,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2001년 국민운동당을 창당했으며 2003년 부정선거 시비로 촉발된 장미혁명을 일으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을 몰아내고 민주투사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 유럽 지도자 중 최연소인 36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하며 개혁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급진적인 정치ㆍ경제 개혁과 함께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면서 국민의 원성을 샀고 잇따른 부패와 경제침체 등은 결국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가져왔다.
향후 사카슈빌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전체 인구 450만명 가운데 실업자 30만명, 빈곤층 100만명인 상황에서 경제 개혁과 빈부격차 해소, 실업 감소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
또 친미 인사인 사카슈빌리와 러시아의 불편한 관계도 걸림돌이다. 사카슈빌리는 재임 중 아브하지아와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의 영토 회복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고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러시아와 마찰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의 주요 수출품인 포도주와 생수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웃 국가와의 교통, 우편까지 단절시키며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봄에 치러질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세력이 통합에 성공, 승리할 경우 정국 혼란이 재발할 수도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