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장콜라 / 책세상'詩王' 베를렌과 '見者' 랭보…그들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이 1896년 1월 8일 52세로 사망했다. 1894년 젊은 시인들에 의해 ‘시왕(詩王)’으로 선출될 정도로 세기말을 대표한 시인이었지만, 그의 죽음은 임종을 지킨 이마저 없이 쓸쓸했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뭐라고 배반이 아니란 말인가?/ 이 크나큰 슬품은 까닭이 없다’. 베를렌의 말년이 그렇게 곤궁해진 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르튀르 랭보(1854~1891)와의 동성애 스캔들 때문이었다.
베를렌이 랭보를 만난 것은 파리코뮌 실패와 보불전쟁 패배로 파리에 환멸의 기운이 가득하던 1871년. 27세의 베를렌은 갓 결혼한, <좋은 노래> 등 3권의 시집을 내고 파리 시단을 이끌던 시인이었다. 벨기에 국경 근처 마을에서 태어난 랭보는 이미 ‘견자(見者)’의 시인상을 갖고 있던 조숙한 17세였다. “이제 난 가능한 최대한도로 방탕하겠다. 왜냐고? 난 시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난 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모든 감각의 타락을 통해 절대에 도달하려는 것이다.” 랭보는 베를렌에게 편지를 보냈다. 베를렌은 이 예민한 젊은 시인을 파리로 초청하고, 급속히 그에게 빠져든다. 벨기에를 방랑하다 런던까지 건너가며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던 둘의 관계는 1873년 7월 브뤼셀에서 말다툼 끝에 베를렌이 랭보에게 권총을 발사, 왼손에 상처를 입히면서 끝났다.
베를렌은 2년을 복역하고 나와 시집 <예지> 등을 발표했지만 그의 생은 이미 기울어진 후였다. 랭보는 고향으로 돌아가 파리 생활을 돌이킨 시들을 썼다. 저 유명한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이다. 지옥에서> 예지>
베를렌이 랭보에게 붙여준 별명 ‘바람구두를 신은 사내’를 부제로 한 <랭보> 는 2007년 번역된 평전이다. 스캔들의 풍문, 난해하게만 보이는 시편에 갇혀 있던 랭보의 삶, 베를렌과의 관계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랭보>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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