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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엉성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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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엉성한' 민주주의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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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아이오와주의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를 처음 본 사람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참여 당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가를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공개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 아이오와 코커스의 공개투표

학교 체육관이나 교회 강당 등에 모여든 당원들이 서로가 보는 앞에서 지지 후보별로 구분이 되도록 갈라져 서는 것이 이들의 투표행위다. 부모와 자식 간, 부부나 연인 사이, 직상 상사와 부하 간에 지지 후보가 다를 경우에도 그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돼 있다.

일반적 선거가 아닌 당원들만의 행사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이래서 투표의 절대적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만의 독특한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2차 투표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한층 어수선해진다. 각 선거구에서 득표율이 15%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은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런 방안을 고안해 낸 것 같은데 지지후보를 바꾸게 하는 과정에서 아주 적나라한 진풍경이 연출된다.

군소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을 향해 ‘저 쪽으로 가지 말고 이 쪽으로 오라’, ‘2차 투표에서는 이 쪽으로 오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지지 후보를 바꾸는 당원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다.

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호객 행위’의 목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코커스 현장은 순식간에 시장 바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떠들썩하게 변한다.

각 후보가 얻은 득표수를 헤아리는 작업도 원시적 수준에 가깝다. 후보별로 나뉘어진 그룹들 속에서 미리 지정된 듯한 당원들이 나서 손으로 한 명씩 지목해가며 자신의 그룹에 속한 당원 수를 센 뒤 코커스 관리인에게 큰 소리로 알리는 것이 득표수를 집계하는 방식이다.

다른 후보측이나 코커스 관리인측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득표수를 다시 검증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아이오와 코커스만으로 미 대통령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어수룩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득표수에 따라 각 선거구에서 후보들이 확보하게 될 대의원들을 배분하는 방법도 불합리하게 비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각 선거구의 대의원들을 득표비율에 따라 나누게 되지만 1명 미만의 소수점 이하 단위는 ‘사사오입(四捨五入)’을 하는 것이 문제다. 특정 후보가 전체 득표수에서는 다른 후보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지지를 얻고도 확보한 대의원 수에는 차이가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자율ㆍ공정에 대한 전통적 신뢰

이러한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가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첫 관문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코커스에 참여하는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자율과 공정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없었다면 지지 후보를 달리하는 당원들 간에 험악한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했을 것이다.

코커스가 보여주는 여유로움도 우리에게는 적잖이 부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느긋함이 코커스를 통해 축적된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 그렇다. 코커스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부모들을 지켜보도록 하는 아이오와의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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