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의무 감축 '발등의 불'로
올해는 2005년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의 이행기간(2008~2012년)이 시작되는 해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온실가스 의무 감축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다. 영국 일본 독일 등 26개 주요 선진국 등 의무감축 39개국은 이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5.2%까지 줄여야 한다.
발등의 불 '온실가스 감축'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는 2013년부터 시작될 ‘포스트 교토’에서는 개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선진국은 교토의정서 의무 감축국에 상응하는 노력을, 개도국은 측정과 검증이 가능한 방법의 자발적 감축’을 2년간 협의해, 2009년 말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의정서를 채택하자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와 함께 의무 감축국에서 제외됐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적 노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한 해 동안 5억9,0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OECD 회원국 중 6위에 오르고, 90년 대비 2004년 배출량 증가율이 90.1%로 1위를 차지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내년말 채택될 새 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 할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중장기적 감축 목표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
정부는 ‘발리 로드맵’채택 직후 2012년까지 각 분야별 감축 목표를 제시한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중장기(2020~2050년) 감축목표도 올해 말까지 수립ㆍ발표한다.
종합대책은 기업들의 에너지 절약 투자를 지원, 2012년까지 산업계에서 180만 이산화탄소(CO2)톤, 열병합발전을 통한 환경친화적 열원 공급 확대로 250만 CO2톤, 자동차 온실가스 저감으로 60만 CO2톤을 줄이는 등 각 부문별 감축 계획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부문별 전체 감축량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나 방향은 없어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특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ㆍ시멘트ㆍ화학 산업 분야에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의 심각성을 역설하면서도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아 국내 생산을 확대해야 할 지, 외국으로 나가야 할지, 외국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들여야 할지 등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7% 경제성장 목표는 장애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장담한 연평균 6~7%의 경제성장 목표는 긴박해야 할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을 오히려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이 예상되는데, 기업활동 촉진을 전제로 하는 경제성장과는 배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선인의 계획은 경부대운하 등 토목ㆍ건설업이나 제조업 등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이어서 영국이 금융 등 비제조업 분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법으로 검토 중인 기업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상한선 강제 할당제’ 등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만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별 배출량 할당이 이뤄지면 적응기간 동안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 국내 탄소시장 활성화할까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국제 탄소시장은 급증세다. ‘탄소시장이 세계경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세계 탄소배출권 거래량은 2005년 7억1,000만톤에서 2006년 16억4,000만톤으로 2.3배 늘었고, 거래액도 108억6,000만 달러에서 301억 달러로 2.8배 성장했다. 탄소시장 활성화는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량 강제 할당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탄소시장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기업별 배출량 강제 할당을 전제로 한 ‘비자발적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Cap & Tradeㆍ캡앤트레이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당분간 도입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별 강제 할당제를 도입하려면 각 기업의 배출현황 등 기본조사와 검토에만 1,2년이 소요되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치적 결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탄소시장은 기업들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거래하는 자발적 거래시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배출권 거래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실적(KCR)을 정부가 구매하는 등 자발적 거래시장 형성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KCR을 미국 탄소배출권 거래시장(CCX) 등 해외시장에서 유통시킴으로써 국내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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