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대입 제도를 포함해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내놓자 교육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은 “또 다시 입시 체제가 바뀌면 어떻게 되나”며 촉각을 곤두세웠고, 대학들은 정책변화에 따른 새로운 전형방법을 마련키로 하는 등 분주했다. 특히 ‘교육 대개편’의 중심에 서 있는 교육부 공무원들은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 학생들, “또 바뀌나” 불만
3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인수위의 교육개편 방향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제도를 또 바꾸냐”는 불만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변별력 및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보완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세화여고 1학년 이선미(18) 양은 “등급제가 좋은 제도인지 아닌 지보다는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희경(43) 씨는 “올해 첫 도입된 등급제가 또 변경된다니 예비수험생을 둔 학부모로서 혼란스럽기만 하다”면서도 “변별력이 떨어지는 등급제를 어떤 식으로든 보완하는 것에는 공감한다”고 전했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으로 완전히 넘기는 대입 3단계 자율화 부분은 첫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중학교 2ㆍ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서울 보성중 3학년 최인혁(15) 군은 “3년 후 시험을 볼 때는 대입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 2자녀를 둔 박정미(40ㆍ서울 송파구) 씨도 “하루빨리 대입제도가 확정돼 수험생들이 미리 가고싶은 대학에 맞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 대학, 새 전형방법 마련 고심
대학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성 강화’라는 교육정책 기조를 적극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수능 등급제가 보완돼 시행될 경우 당장 2009학년도 전형 손질에 벌써부터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새 정부의 교육방침이 변동성이 커 세부적인 입시요강을 어떻게 결정할 지 고민”이라며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된다면 논술 문제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높여 2009학년도에는 수능의 절대적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급제 보완대책에 대비해 등급간 점수 반영 방식의 변경을 고려 중인 대학도 있다.
황규호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등급간에 인위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기 보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를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들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정치권의 결정과 상관없이 본고사 부활을 반대해 온 서울대의 입시 방침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전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인수위가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입 업무가 교육부에서 상당 부분 이관되면서 위상이 부쩍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업무를 집행할 수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 대학들의 위상과 여건이 천차만별이고, 로스쿨 등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가 많은데 얼마나 의견 조율을 잘 해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사면초가 교육부
인수위 업무 보고가 끝난 후 교육부는 대형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 황량한 적막감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이날 국ㆍ실장과 과장 등 간부급 직원들에게 교육부 개편과 대입개선 방향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유구무언이며, 인수위 방침과 관련해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교육부 직원들은 인수위가 구상하고 있는 교육부 재편 방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교육부 소속 전체 인원 1,200여명을 절반 수준인 600여명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표정들이었다.
노골적인 불만도 있었다. 한 사무관은 “열심히 교육발전을 위해 일해왔는데 교육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폄하되다니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