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시기 등을 둘러싼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일 이 당선인이 전날 언급한 공천 연기론에 대해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으나, 이 당선인측은 ‘3월 공천’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당선인이 (지난 29일 회동에서)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것에 대해서 참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이라든가 총리인준이라든가 인사청문회, 이런 것에 차질이 빚어질까 봐 그런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면 (공천 탈락자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야당생활을 하면서 고생한 사람이 있어서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데 그들을 향해 물갈이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전직 대표를 한 나로서는 안타깝고 뵐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삭줍기를 다른 당에서 한다 만다 이런 이야기까지 심지어 나오는데, 훌륭한 사람을 뽑아서 국민한테 선택 받을 생각을 해야지, 정권교체까지 한 공당으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행여 정치 보복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다면 완전히 우리 정치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그런 식으로 된다면 앞으로 경선이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고 당헌 당규도 필요 없고, 시스템이 붕괴돼 승자측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법이 된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측 정두원 의원은 “공천 때가 되면 으레 시끄러운 것”이라며 “조용하게 공천하는 것 봤느냐. 심각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등 처리할 일이 많은데 복잡해서 취임 전에 (공천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우리가 정말 무슨 의도를 갖고 있다면 공천 시기를 3월 초에서 더 늦출 것 아니냐”며 “이런 저런 발언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더 이상 이상한 말로 당내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공천은 이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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