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오바마 의원은 3일(현지시간) 미 대선후보 지명전의 첫 관문으로 실시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8%의 대의원 확보율을 기록, 각각 30%와 29%를 얻은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반면 오바마 의원과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힐러리 의원은 에드워즈 전 의원에도 뒤지는 3위로 밀려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경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강력한 추격전을 펼치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낙승, 허커비 돌풍이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님을 확인했다.
오바마 의원의 승리는 국민 속에 잠재된 변화의 열망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힐러리 의원이 참패한 것은 그가 '기득권'과 '경륜'이라는 보수적 가치로 인식된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13만~15만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 코커스는 실제 22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바마 지지 성향인 젊은층과 부동층이 투표에 대거 참여했고, 이것이 오바마 의원의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오바마 의원은 "여러분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으며 나는 미국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힐러리 의원은 "본선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며 8일 실시되는 뉴햄프셔주 등 이후 경선에서의 설욕을 다짐했다.
1,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나 다름없던 공화당의 허커비 전 지사는 34%를 얻어 25%에 그친 롬니 전 지사에 낙승했다.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아이오와주를 포기한 탓에 4%로 6위로 밀려났다.
아이오와에서 민주ㆍ공화당 모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뉴햄프셔주 예비선거가 갖는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뉴햄프셔는 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아 아이오와에 거의 상반되는 표심을 보여왔다. 아이오와의 승자가 뉴햄프셔에서도 이긴 경우는 1972년부터 2004년까지 13번의 경선 중 3번에 불과하다.
디모인(미 아이오와주)=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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