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에서 외교통상부에 대외 정책 총괄 조정 기능을 주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조만간 있을 정부조직 개편에서 통일부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는 급변하는 외교안보 상황 속에서 대북 관계 역시 국제 관계와 국제 기준의 틀에 따라 우방과의 면밀한 공조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일부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민족 내부 관계라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 지난 10년 간 쌓아 온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남북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며 “헌법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통일 조항이 있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때부터 남북 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현재 남북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으니까 통일부의 존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지난 10년 간 통일부가 관리를 잘해 온 덕분”이라며 “통일 문제는 정권의 철학과 관계돼 있고, 통일부를 폐지한다면 북한은 차기 정부의 통일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김용현 교수는 “남북 관계를 정상적 국제 관계 속에서 풀어나간다는 것은 그동안 남북 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국제 사회에서 용인되던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꺼번에 단절되면 이를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 내 한 북한 전문가는 “일부 기능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에 대북 정책 수립 및 관리 기능까지 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지금 인수위는 그동안 북한에 퍼주기만 한 통일부의 실책을 따져야 한다는 기조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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