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예수의 유랑정신 회복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건물 증축에만 신경 쓰지 말고, 유랑하던 예수의 모습을 회복해야 합니다.” 방학에 짬을 내 귀국한 이명권(50) 중국 지린(吉林) 사범대 교환교수는 최근 펴낸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은 왜 공존해야 하는지, 그 역사적 타당성과 종교학적 근거를 400여쪽에 걸쳐 설명했다. (코나투스)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태도는 사회를 때로 불편케 했다. 2006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수, 석가를 만나다’가 우수도서로 선정된 뒤, 한 신문에서 가졌던 인터뷰 기사가 꼬투리를 잡혔다.
보수적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인도박물관의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린 것. 대학의 총장은 다음날 전화를 걸어 와, “강의를 1년 쉬어 달라”며 떠날 것을 종용했다.
결국 그는 초교파적인 ‘그리스도대학’에서 강좌를 담당하게 됐다. 그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고 있는 지린사범대와 인연이 닿아, 지난해 9월부터 혼자 중국에서 살고 있다.
이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위한 수련 공동체인 코리안 아쉬람(www.koreanashram.co.kr)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가 2003년에 만든 이 모임은 현재 346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찰이나 종교 유적지를 돌아 다니며 마음을 닦거나, 두 달에 한 번씩 양평의 수련원에서 영성을 기른다.
최소한의 운영비(1인당 매달 2만원)로 움직이는 아쉬람은 모든 종교의 통섭을 지향한다. “비움ㆍ나눔ㆍ사귐, 세 가지예요.” 한국인의 마음을 한 데 묶은 태안오염 사고는 그 실천의 장이라고 했다.
“교회가 교세 확장에서 과감히 눈을 돌려, 소외 극복이나 환경보호를 위한 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겠죠.” 방랑ㆍ유랑하던 예수의 모습을 한국 교회가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이슬람 교도가 10~13억, 기독교(신ㆍ구교)가 15억 신자를 거느리고 있어요. 결국 지구의 3분의 1은 같은 줄기라는 말인데, 이제는 평화적 공존을 모색할 때입니다.”
내년 3월 학기부터는 아예 지린서 살 계획이다. “1년 이상 머물면서 한국민속박물관 건립 등의 일을 매듭지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서강대 종교학과 김승혜 교수의 은퇴 기념 논문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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