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08 문화계 새별 예감] <5·끝> 정제된 감각이 눈부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08 문화계 새별 예감] <5·끝> 정제된 감각이 눈부시다

입력
2008.01.08 04:43
0 0

어지간한 패션애호가가 아니라면 김재현(39)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직역하면 ‘부엉이 정원’쯤 될 그녀의 브랜드‘자뎅드슈에트’도 마찬가지이다.

단, 인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에서 탤런트 채정안의 옷차림이 상당부분 그녀의 손끝에서 나왔다고 하면 ‘아하!’ 고개를 끄덕일 여성들은 꽤 될 것이다.

유명 수입브랜드들의 시장잠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패션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유망주는 ‘열 손가락 꼽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극심한 인재난을 겪고 있는 국내 하이패션계가 2008년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 김재현이다.

전미경 <바자> 편집장은 김씨를“올해 이탈리아 멀티숍 텐코르소코모의 국내 상륙 등 패션편집매장의 확장세가 가속하면서 가장 주가가 치솟을 인물”이라고 평했다. 자뎅 드 슈에트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제화브랜드 ‘수콤마보니’의 이보현 대표는 “어디서든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창성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씨는 이화여대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파리에스모드에 유학, 여성복 부문을 수석 졸업했다.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브랜드 ‘바바라 부이’, 한섬의‘시스템’ 디자인실, 신세계인터내셔널 등을 거쳐 ‘자뎅 드 슈에트’를 내놓은 것이 2004년. 유럽인들이 부엉이(chouette)를 길조로 여기고 ‘멋지다’는 뜻의 감탄사로도 자주 사용한다는 데 착안해 작명했다.

“‘디자인은 프로포션(비례·균형)이다’는 명제를 신봉합니다. 수천년 패션의 역사 속에 나올만한 디자인은 다 나왔고 지금부터는 얼마나 새로운 프로포션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귀엽기보다는 입는 사람이 멋져 보이는 옷, 오종종하지않고 세련된 느낌의 옷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고요.”

‘모던 클래식’이라는 컨셉트를 기본으로 남성복의 다양한 요소를 여성복에 채용하고, 세련된 감성과 위트를 적절히 녹여내는 김씨의 옷들은 정장 한 벌에 200만원대, 블라우스도 50만원을 넘어가는 고가다.

그러나 옷을 까다롭게 고르는 30대이상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옷의 완성도와 정제된 감각, 하이패션 브랜드로의 높은 성장 가능성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기업들이 패션 비즈니스 파트너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얼마 전 열린 김씨의 2008봄여름 컬렉션에는 신세계와 갤러리아 백화점을 비롯 LG패션과 제일모직 등 굵직한 패션유통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객석을 채워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지분 투자를 하고 싶다는식의 제안을 받은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고, 브랜드의 가치 분석을 정확히 해낼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브랜드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공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과연 투자자가 그 기간을 친절하게 기다려 줄 것인가 의구심이 들어요.”

브랜드 출시 4년 만에 인기 디자이너로 급부상했지만 김씨는 “아직도 해질 녘이면‘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처음 보조디자이너 1명에 영업관리까지 달랑 4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디자이너만 4명에 패턴사와 샘플제작자, 판매사원을 따로 두고 전속 봉제공장도 갖춰 제법 중소기업 틀을 갖추며 굴러가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워낙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모를까, 한국에서 신진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정말 어려워요. 디자인에 경영관리에 판매까지 모두 내 책임이니까요. 옷 팔아 성장한 패션기업들이 후진을 지원하고 키우는 데 인색한 현실도 안타깝고요. 원하는 게 있다면 패션유통 채널이 다양해져서, 디자이너들이 정말 옷 잘 만들기에만 전념해도 되는 세월이 오는 것이죠.”

쟈뎅 드 슈에트는 현재 청담동 사무실 겸 매장과 분더샵, 갤러리아 백화점내 편집매장 GDS에서 팔린다. 백화점의 높은 임대수수료를 떠올리면 망설여지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브랜드 확장을 위해 몇몇 백화점에 단독매장을 열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여성복에서 시작, 보다 값싼 세컨드 라인과 남성복, 아동복, 홈패션에 이르기까지 메가 브랜드를 일구는 꿈을 꾸고있다.

“외국처럼 백화점이 완사입(디자이너로부터 옷을 사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꼬박꼬박 임대료와 판매원 월급 주고 재고부담도 안으면서 운영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될까 고민도 많다”는 김씨는 그러나 “브랜드가 크려면 어느 지점에서는 모험이 필요한 것이고,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