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첫 거래일인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장중 한때 배럴 당 100달러를 찍었다가, 사상 최고 종가인 99.62달러로 마감했다.
'체감온도'로는 1980년대 초의 2차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에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몰고 온 산유국의 정정불안과 미국 원유재고 감소 등 수급교란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서다.
이미 수입 원유가의 급등으로 지난 해 12월, 56개월 만에 무역수지 8억여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우리 경제로선 숨이 턱에 차는 처지가 됐다. 고유가 추세가 가속되면 미국 중국 등의 경제상황 변화와 환율 금리 물가 등 주요 변수의 움직임을 전망해 만든 경제 운용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당장 작년 11월 이후 큰 짐이 돼온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수출과 내수가 압박을 받게 되며, 경상수지 적자폭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당선인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그는 엊그제 민관 경제연구기관장들을 만나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렵지만, 태안 기름유출 복구현장의 자원봉사열기에서 보듯, 힘을 모으면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실물에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기업적 투자환경 조성과 법질서 확립 등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면 경제계량모델에서 빠져 있는 '이명박 효과'가 악재를 잠재우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자신감도 좋지만, 지금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내외 악재를 이겨낼 치밀한 경제관리와 대비책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다. 당선인측이 최근 올해 성장률 목표를 6% 안팎으로 낮춰 잡았다지만, 여전히 실현 여부를 장담키 어렵고, 그럴수록 인위적 경기부양책의 유혹은 커지게 된다.
이 당선인은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찾도록 길을 터줄 뿐, 재정지출을 늘려 성장하는 어리석은 정책은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들의 마음을 긍정과 낙관으로 채우겠다는 뜻은 좋지만, '어떻게'라는 그림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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