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신천지' '중동의 뉴욕' '외국인 투자자의 블랙홀'…. 1960년대 인구 30만명이 석유를 팔아 먹고 살던 두바이는 지금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열사(熱沙)의 지상낙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두바이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선거공약을 내놓을 정도로 두바이의 눈부신 발전에 관심이 높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두바이처럼 창조경영을 하라"며 기업경영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두바이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은 그 이유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왕족의 리더십과 ▦규제가 없는 개방으로 압축했다.
아랍에미리트(UAE)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부상에는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개방노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에 입각해 폐쇄경제를 개방경제로 전환, 외국인 투자천국으로 만들었다. 친미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강국과 맞선 나라치고는 잘 사는 나라가 없다"며 반박했다. "미래를 바꾸지 않으면 노예상태로 머문다"는 그의 철학은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이었다.
1985년 중동에서 처음으로 자유무역항을 열었고, 배후에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한 것은 개방의 상징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오픈 스카이' 정책을 추진해 이제는 중동과 아프라카 지역의 교통ㆍ물류 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아ㆍ중동 팀장은 "당시 다른 산유국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오늘날 두바이가 중동지역의 물류 및 관광 허브로서의 '선발자' 효과를 누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4無(세금, 외환거래제한, 자국민의무고용, 노동쟁의) 2多(물류여건 기업지원시스템)'정책도 두바이 성공의 큰 축이다. 이는 주변국 오일머니(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번 돈)를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국적 인재 등용은 '창조 두바이'의 초석으로 통한다. 엘든 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명하고 개방된 경제와 왕실의 비전과 리더십을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두바이식 경제모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두바이식 개방이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방식의 외자유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버즈두바이)과 세계 최초 인공해상도시(팜 아일랜드)는 '두바이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수단으로 적합한지는 미지수다. 특히 도시국가(인구 200만명)의 개방정책을 제조업에 성장기반을 둔 우리나라(5,000만명)에 접목시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거품도 큰 문제다.
엘든 위원장도 "특별구역을 세운다면 (두바이식 경제개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두바이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개방은 하되, 한국 방식에 맞게 고유의 성장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엘든 위원장의 조언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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