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겨울엔 초가지붕의 고드름처럼 아련한 추억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농한기의 무료함을 떨치기 위해 얼어붙은 강물에 구멍을 뚫고 얼음낚시를 했고, 눈내린 산으로 토끼 사냥을 나갔다.
그러다 배가 출출해지면 모닥불을 지펴 잡은 고기나 감자,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이런 시골의 겨울놀이를 재연해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파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들이 마련됐다. 날이 추울수록 더 재미있는 겨울축제들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시작되고 있다.
■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
경기 포천시에서 백운계곡 동장군 축제가 4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백운계곡 국민관광지 일대가 주 무대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눈동산 토끼몰이’. 눈 쌓인 산에서 많은 이들이 토끼를 몰아 잡는 사냥놀이를 되살렸다. 눈동산에 만들어진 미로를 통과하면서 토끼를 몰아 잡는 형식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모닥불 체험’은 직접 장작을 팬 뒤 그 장작으로 불을 피워 산촌의 겨울 난방문화를 체험하는 이벤트다. 모닥불에 감자 고구마 등을 구워먹는 ‘군것질 한마당’도 추억을 선사한다. 팽이와 얼음동산에서는 주먹 만한 팽이에서 사람 머리 만한 팽이까지 다양한 크기의 팽이를 돌려볼 수 있다.
계곡 얼음 위에서 전통 썰매를 타는 ‘한국전통 얼음썰매’, 나무곤충, 딱총, 제기, 나무장난감, 솟대 등을 부모와 함께 만들어보는 ‘나무놀이 공예체험’, 청정 백운계곡에서 얼음을 뚫고 즐기는 ‘송어 얼음낚시체험’, 백운계곡 병풍절벽의 절경을 바라보며 눈썰매를 타는 ‘계곡 눈썰매’ 행사도 준비된다.
장떡 수수전병 팥죽 동치미를 맛보는 ‘산촌음식 특별전’과 ‘이동막걸리 시음’, 백운산에서 자생한 약초를 이용해 만든 전통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는 ‘전통한방차 시음’ 등 먹거리 마당도 펼쳐진다. (031)535-7242 www.dongjangkun.co.kr
■ 화천 산천어축제
겨울 최고의 축제로 우뚝 선 화천산천어축제가 5일 시작된다. 얼음낚시의 묘미에 빠져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대규모 축제다.
두께 20㎝ 이상 얼어붙은 화천천에는 산천어 얼음낚시를 위해 1만2,000개의 얼음구멍이 뚫렸다. 화천천은 수심 2m 정도의 맑은 강이라 얼음 밑을 들여다 보면 강바닥에서 유영하는 산천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축제기간 중에는 매일 1, 2톤 가량의 싱싱한 산천어가 공급돼 약간의 운과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한 두 마리씩은 잡을 수 있다.
‘산천어 맨손잡기’는 지름 10m의 풀 안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색다른 이벤트.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도전을 기다린다. 얼음낚시나 맨손잡기를 통해 잡아올린 산천어는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무료 구이터에서 소금구이를 해 먹어도 좋고, 회서비스센터를 찾아가 회로 썰어 먹어도 좋다.
도시에선 구경도 하기 어려운 재래식 얼음썰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언제나 인기 만점인 눈썰매, 스릴이 넘치는 봅슬레이 등 얼음낚시 말고도 다양한 겨울놀이들이 준비됐다.
빙판자전거, 아이스바이크, 스케이트, 얼음축구, 얼곰이열차 등 겨울에 할 수 있는 모든 놀이들이 펼쳐지는 얼음광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하루종일 그치질 않는다. 얼곰이성에서는 산천어 수달 곤충 토종물고기 등에 관한 생태학습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400m 길이의 ‘눈조각ㆍ눈사람 존’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033)441-7575 http://ice.narafestival.com
■ 대관령 눈꽃축제
강원 평창 횡계리 일대에서는 17일부터 21일까지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린다. 바람과 눈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메인 행사장에는 눈조각 경연대회가 열리고, 주변 마을에서는 각종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눈썰매는 기본. 스노모빌로 고무보트를 끌어주는 스노모빌 래프팅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고, 사륜오토바이로 눈 위를 질주하거나 스노봅슬레이를 타고는 피부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양 먹이 주기 체험, 치즈와 딸기잼 만들기 체험 코너도 함께 준비됐다.
하얀 눈밭 위로 말을 타고 달리는 눈 위 승마 체험과 새끼 멧돼지 몰기, 사슴ㆍ흑염소 먹이주기 등의 동물체험, 개썰매 체험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033)336-6112 www.snowfestival.net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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