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지명전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밤 민주, 공화 양당 대선주자들의 유세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 곳곳에서 각각 수 백명이 넘는 지지자들을 실내에 모아놓고 저마다 승리를 장담했으며 집회는 참석한 지지자들의 박수와 연호, 우렁찬 음악 소리에 파묻혀 마치 축제를 방불케 했다. 야간 지지 집회의 막판 열기는 아이오와 지역을 얼어붙게 만든 영하 20도의 혹한도 무색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 결전 전야
이날 밤 각 대선주자의 지지자들은 3일 코커스가 치러지기 전 사실상 마지막 집회임을 의식한 듯 한층 기세를 올렸다. 디모인 외곽지역의 한 강당에서 열린 공화당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지지 집회에는 롬니 전 지사의 가족이 총 출동해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승리를 다짐했다.
자신뿐 아니라 부인도 롬니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돈 오스틴(61)씨는 “롬니는 공화당 주자 가운데 가장 변화에 적합한 인물”이라며“대선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지 교회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닌 만큼 그의 종교가 몰몬교인 것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국적 지지율에서는 아직 뒤져 있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날 밤 지지 집회 대신 NBC 방송의 인기 심야 토크 프로그램인 ‘제이 레노 쇼’에 출연, 아이오와주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지지세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자신이 무당파임을 자처한 테리 달라스(52)씨는 “이번에는 공화당 코커스에 참여해 낙태, 동성애 등에 확실하게 반대하는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해 무당파나 보수세력 부동층의 막판 표심이 1위 결정의 큰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3파전을 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이날 밤 나란히 디모인 지역에서 지지집회를 갖고 결전의 날에 앞서 결속을 다졌다.
디모인 시내에서 진행된 힐러리 의원의 집회에는 지지자뿐 아니라 너무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주최측이 입장할 수 있는 기자들 수를 100여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 집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 수 있지만 지지자들의 호응도와 진지함은 오바마 의원측이 단연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 막판 메시지 경쟁
각 대선 주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허커비 전 지사는 취약한 전국적 지지율을 보완하려는 듯 “아이오와에서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는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문제 삼아 유권자들에게 ‘사표 방지’심리가 생기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허커비 전 지사에게 아이오와에서 선두를 빼앗겼다가 막판에 맹추격을 해온 롬니 전 지사는 단호한 어조로“나는 기필코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더욱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을 찬성한 힐러리 의원, 에드워즈 전 의원과 자신을 대비시키며 자신만이 변화의 주역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라크전에 찬성한 것에 대해 사과했던 에드워즈 전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이라크에서 10개월안에 미군을 사실상 철수하고 그 일환으로 이라크군과 경찰을 훈련시키는 미군 병력도 조기에 철군하겠다”며 강한 철군론을 앞세워 만회를 시도했다.
힐러리 의원은 최근 유세 과정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는 어머니와 딸뿐 아니라 친구들 가운데 배우들도 가세토록 해 유세 때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도록 함으로써 막판에 여성표와 새로 투표에 참가하려는 ‘신참내기’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음을 엿보게 했다.
■ 취재 열기
드모인에서는 취재 열기도 한층 뜨거워졌다. 무엇보다 코커스 취재를 위해 등록한 언론사는 2004년 코커스 당시 1,400개의 2배에 가까운 2,500개에 이른다.
코커스 결과를 집계해 발표하는 장소인 디모인 컨벤션센터에 자리를 잡은 한 방송기자는 “올해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양당 모두에서 다수의 후보가 접전하고 있는 점도 취재 경쟁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컨벤션 센터 2층에는 코커스 嘯倖?실황 중계하기 위한 대형 영상 화면이 마련됐고 각 방송사 기자들은 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CNN과 NBC 등 미국 유수의 방송사들은 각 주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하기 위해 중계차를 대거 동원했다. NBC는 컨벤션센터 1층에 전용 중계실을 마련하고 컨벤션센터 주차장까지 미리 계약해 두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이오와 지역의 호텔, 렌터카 업체도 코커스 기간 동안 특수를 누렸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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