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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미국의 송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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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미국의 송어낚시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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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브라우티건 / 비채'책 마니아'들의 책…산천어와 얼음썰매

책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책들이 있다. <미국의 송어낚시> 도 그런 책의 하나다. 1987년 한 문예지의 별책부록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던 이 책은 1991년과 2002년 판매용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되고 말았다.

하지만 '생태주의 소설의 원조'라는 입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책을 찾는 마니아들은 계속 나타났고, 첫 번역 이후 20년 만인 2006년 말에 다시 네번째로 출판사를 바꿔 출간됐다.

제목 때문에 서점의 낚시서적 코너에 진열된 적도 있다는 우스개가 있는 이 책은 미국의 히피 세대 작가인 리처드 브라우티건(1935~1984)이 1967년에 낸 소설이다. 어린 시절 송어낚시의 추억을 찾아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낚시를 하던 하천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염된 하천에 송어는 더 이상 살지 않거나, 기형으로 잡힐 뿐이다. 여기서 그의 여정은 길에서 만난 소외된 사람들, 당시 미국의 공식적인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서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자기파괴적인 현대문명에 대한 탐색으로 확대된다.

"송어는 현대의 미국인들이 상실한 미국의 꿈일 수도 있고, 기계문명이 쫓아낸 푸른 초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송어는 제 소설 속에서 사람으로, 장소로, 때로는 펜으로 화신하는 등, 일정한 모양이 없는 프로테우스 같은 존재입니다." 딱히 소설이라는 형식에 가두기도 힘든 은유적인 문체, 번역자가 수많은 각주를 달아야 할 정도로 당시의 시대적 문화적 아이콘을 종횡으로 구사한 이 작품으로 미국 반문화의 기수가 됐던 브라우티건은 1984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이 떠오른 것은 강원 화천군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다녀와서다. 산천어는 송어와 아주 비슷한 우리 토종 민물고기. 꽁꽁 언 하천의 얼음장 밑 맑은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산천어의 모습, 그리고 우리 어릴 적 겨우내 지치던 얼음썰매의 싱싱한 기억이 거기서 되살아났던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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