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조 회장은 2일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지역 해변에서 전경련 시무식을 갖고, 임직원 200여명과 함께 기름 방제작업으로 신년을 시작했다.
태안지역에는 이날까지 85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갔고, 사람의 손만으로 수백km의 오염된 해안선을 깨끗이 닦아냈다.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현장'에서 조 회장은 "전경련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여유를 보이며 '해변좌담'을 이어갔다.
지난해 7월 '경제 대통령론'으로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설화(舌禍)를 겪은 이후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이날의 이색 시무식은 마치 전경련 회장이 '재계 총리'로 복귀하는 자리처럼 보였다.
조 회장은 "이 당선인과 사돈인 게 도움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요즘 사돈이 특별한 사이냐. 지난달 28일 경제인 간담회를 통해 서로 원칙에 합의한 만큼 지금은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해선 사회주의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해 그 동안의 불편했던 심기를 드러냈다. "엔지니어라서 잘 모르지만, 공산권이 100년 실험 끝에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은 사회주의가 실패했기 때문인데, 왜 우리가 이를 실험하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신년 계획에 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규제개혁 전도사를 자임한 듯, 규제를 풀어야 투자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일자리 가진 사람보다 일자리 없는 이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혀 고용 안정보다 창출을 강조했다. 규제개혁의 경우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우선은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경제성장 7%와 일자리 창출 50만개가 가능하다"며 그 첫 걸음을 노사화합에서 찾았다. "노조가 있는 것을 빼앗고 나누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경영자와 함께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 회장은 효성 계열 카프로락탐과 일본 도요타를 예로 들었다. 50년 전 허름한 회사였던 도요타는 순익 1조엔을 내고도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임금을 동결한 반면, 직원 평균 연봉이 6,500만원이나 되는 카프로락탐은 적자를 내고도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이러니 말도 안 통하고 법도 다른 중국, 베트남으로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 회장은 노조가 오너와 경영자, 소유와 경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은 회사가치를 높이는 경영자인데, 노조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주주로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에 대해선 "기업이 옳은 일,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면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다만, 일부 기업이나 기업인의 비리를 가지고 전체 기업을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이날 시무식을 신호탄으로 해 활동 폭을 더욱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가 원하는 규제 완화와 새 정부가 바라는 투자 확대, 그 가운데 조 회장의 전경련이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국내기업 투자 확대는 물론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지원사격에 나설 예정이다.
전경련은 15일 미국ㆍ유럽연합 주한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 등 외국기업 단체장들과 이 당선인의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전경련은 호전된 대 정부관계가 전경련의 위상 강화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다.
새 정부와 합의한 민관합동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그 실체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재계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이 기구에서 조 회장이 총리와 함께 공동의장을 맡는 방안이 추진 되고 있다.
태안=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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