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의 한 냉동물류창고에서 7일 대형 화재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10명도 숨진 것으로 보이는데다 구조된 사람 중 중상자도 있어 희생자는 4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오전 10시49분께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물류단지 내 냉동물류창고(연면적 2만9,583㎡) 지하 1층에서 내부공사 도중 불이 나 작업 중이던 인부 3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 숨졌다.
당시 냉동물류창고 안에는 냉동설비 담당 34명, 전기설비 담당 17명, 에어컨설비 담당 3명, 관리자 3명 등 모두 57명이 있었으나 불이 난 직후 출입구쪽에 있던 17명만 탈출하거나 구조됐고, 안쪽에서 냉동설비 작업 중이던 30명은 순식간에 퍼진 유독가스에 질식돼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하 1층에 있었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10명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불은 지하 1층 기계실 바닥에 고여 있던 유증기(油蒸氣)에 불꽃이 튀어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이 창고에서는 9일 전인 지난해 12월29일까지 벽체와 바닥에 시너 성분이 섞인 액체상태의 우레탄을 시공하는 우레탄폼 발포 작업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유증기가 밀폐된 지하에 고여 있었던 것으로 소방본부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 화재 현장에는 200ℓ짜리 우레탄폼 연료 15통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날에는 냉매(프레온가스) 주입작업과 함께 용접작업, 전기설비 공사 등이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불꽃이 튀어 유증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생존 인부는 “마감 공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펑’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대피했다”며 “창고 건물을 빠져 나와 살펴 보니 창고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빠져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출입구쪽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하 1층 출입구와 가까운 기계실에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용접 불꽃이나 전기 스파크, 망치 불꽃, 담뱃불 등이 옮겨붙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불이 나자 경찰과 소방 당국은 소방차와 진화장비 214대, 소방관 622명, 경찰 2개 중대를 동원해 진화 및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불이 워낙 거세고 유독가스가 심해 화재 발생 4시간여가 지나서야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소방 당국은 큰 불길을 잡은 오후 3시부터 희생자 시신 수습 및 생존자 구조 작업에 착수, 오후 10시 현재 3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러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화재가 난 냉동물류창고는 지난해 6월 착공해 11월5일 준공된 지하 1층(2만3,338㎡) 지상 2층(1층 5,700㎡, 2층 1,545㎡) 규모로, 지하 1층을 냉동창고로 쓰기 위해 작업 중이었다.
■ 사망 부상자 명단
◆사망 및 사망추정(40명) 이종일(45) 강재용(66) 황의충(48) 김준수(42) 최지영(50) 지재헌(46) 우민하(38) 김태규(30) 최용춘(36) 윤종호(32) 김진수(40) 김우익 김영호 윤석원 이용호 임남수 장행만 김용민 김완수 손철호 윤옥주 이용걸 윤옥선 박경애 조동면 이준호 이명학 김용해 최승복 엄중용 손동학 김진봉 정상란 이승복 박영호 성명불상2명 외국인1명 신원준 이을순(여)
◆부상 및 구조·탈출(17명) 채중한(46) 이경희(48) 천우한(33) 안순식(51) 박종영(38) 심영찬(50) 임충월(여·45) 신창선(52) 하이루(32) 김형문(이상 부상자) 최성진 이병권 이대희 이찬재 고영철 권창호 강희남(이상 구조 및 탈출)
/7일 오후 11시 현재
이범구기자 goguma@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박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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