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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아직 갈길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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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아직 갈길 멀어요"

입력
2008.01.0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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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지영(30)은 무대 위에서 2007년을 마감하고, 무대 위에서 2008년을 맞았다. 12월 10일부터 1월 1일까지 이어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덕분이다. 6명의 무용수가 오로라 공주를 번갈아 연기했는데, 김지영은 마지막날을 포함해 가장 많은 5번을 뛰었다. 부상으로 갑자기 빠진 무용수의 자리까지 김지영이 메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너무나 순수한 클래식이라 절제하는 게 어려웠어요. <백조의 호수> 에서 흑조보다 백조가 힘든 것처럼요. 오랫동안 공연이 지속되다 보니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하지만 첫 도전에서 제대로 배운 것 같아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지영이 휴가를 맞아 한국에 왔다. 그는 국립발레단 스타 자리를 박차고 네덜란드로 날아간 지 5년 만인 지난해, 드디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세계적 발레단에서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나온 것은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이어 두번째였다. 지난 9월 한스 반 마넨의 <메타포렌> 을 시작으로 쉴새없이 무대에 오른 김지영은 “월급도 조금밖에 안올랐고, 생각보다 달라진 게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수석이 된 이후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는 한국인 무용수가 4명이나 있다. 김세연(29) 유서연(23) 한상이(23)가 김지영의 뒤를 이어 입단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때 김세연은 파랑새 역할로 김지영과 나란히 춤추기도 했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개방적인 분위기를 발레단의 장점으로 꼽은 김지영은 “낯선 땅에서 힘든 일이 왜 없겠냐. 후배들이 찾아와 무작정 우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한국말로 이야기하면 쉽게 풀린다. 김치찌개도 가끔 끓여준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눈물로 지새던 시간이 있었다. 입단 직후 발목 부상과 수술로 2년에 가까운 슬럼프를 겪었다. 김지영은 “신체적 부상보다 정신적 부상이 더 컸던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났다는 평가와 함께 국립발레단 최연소 입단, 98년 파리콩쿠르 1등, 잭슨콩쿠르 동상 등 늘 가운데서만 춤추던 김지영이었기에 배역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의기소침해서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스트레스로 살도 많이 쪘어요. 동료들이 지금의 저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할 정도예요.” 당시 파트너를 이룬 프랑스 발레리노가 자신과 춤추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큰 상처를 받았던 김지영은 ‘두고보라’며 독한 마음을 먹었다.

2004년 첫 주역을 한 이래 2005년 세컨드 솔리스트로 승급했고, 이제는 어엿한 발레단의 스타가 됐다. 김지영은 “나중에는 나와 파트너를 하고 싶어하는 그 발레리노를 내가 거절했다”며 웃었다.

가장 높은 등급까지 올라간 지금, 그는 이제 어느 곳을 향해 춤추는지 궁금했다. “발레단이 매긴 등급에서는 더 올라갈 곳이 없지만, 제가 꿈꾸는 춤의 수준에서는 올라가야 할 단계가 수없이 많이 남았어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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