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 살이라도 연장자면 높임말이 필수이며, 말 뿐 아니라 행동에도 규율이 있다. 한국인들끼리 서로의 나이를 모르면,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코리안 워크스 <한국 vs 일본,2002> ) 한국>
나와 남의 나이를 일정한 방식으로 감안하는 만남의 방법인 ‘나이 예(禮)’의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하배 한국항공대 강사(철학 전공)는 정신문화연구 2007 겨울호에 발표한 논문 ‘나이의 일상 예문화-나누는 나이, 나뉘는 나이’에서 “나이 예의 수직주의적인 성격에서 파생하는 사회적ㆍ개인적 부담은 자유, 자율, 평등, 다원성, 연대, 민주, 합리 등의 가치와 공존하기 어렵다”며 “위 아래의 분리나, 부리고 섬기는 짐과 같은 형식의 나이 예가 아니라 나이와 무관하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나이 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자신과 남 사이의 나이차, 나이 나뉨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다. 이는 유교적 전통과 한국어의 존비어 체계에 의해 강화된다. 나이가 위인 사람은 나이 예에 따라 일정한 권력과 이익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데 관심을 갖고,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타율적ㆍ자율적 복종을 요구한다.
이는 때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는 데 나이질서가 학교ㆍ회사ㆍ군대에서의 입학ㆍ입사ㆍ입대 순서에 의한 선후배의 예에 정상적으로 비례하지 못할 경우가 그렇다. 이 때 나이 적은 선배와 나이 많은 후배, 동년의 선후배 혹은 이년(異年)의 동급생ㆍ동기 사이에 알력이나 싸움은 암암리에 혹은 가시적으로 일어난다.
그렇다면 나이의 정체성을 감출 수 있는 익명의 공간인 사이버 공간의 활성화는 나이 예에 따른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을까? 논문은 “현실의 일정한 상하질서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며 부정적이다.
사이버공간 이용자들이 현실공간에서 나이질서가 위일 때의 권력을 의식하기 때문에, 자기 나이를 쉽게 조작하면서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이 예에 대한 일상의 의식과 실천에 대해 이론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진지하게 되물을 필요가 있다”며 “나이를 장유유서로 감안하지 않는 새로운 나이 예의 적용이 만남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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