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경제는 침체 징후가 갈수록 짙어지는 양상이다. 국내경제는 상대적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파도가 밀어닥칠 경우 새 정부 경제운용은 출발부터 난관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들은 고용악화와 소비부진 등 경기침체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2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1만8,000명 증가, 2003년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7만명 증가였다. 실업률도 전달 4.7%에서 5.0%로 뛰어 2005년11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였다.
그 동안 주택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사정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1949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지 않았던 때에 이처럼 실업률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구매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ISM 비제조업지수는 53.9로 9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서비스산업은 미국 경제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실물지표 악화에 따라 미국증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으며, 특히 나스닥지수는 3.77%나 폭락했다.
유가의 고공행진도 계속됐다. 비록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23 달러 내린 97.9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1.43달러 하락한 97.23달러에 거래됐지만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전날보다 0.26달러 오른 92.29달러를 기록하며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침체 압력이 맞물리면서, 세계경제는 미국발(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특히 4개월 연속 6%대의 폭발적 인플레에 직면해있는 중국 경제는 주변국 경제에 ‘버블붕괴’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선진국 경기 침체와 신흥시장 과열 사이에 낀 우리나라로도 언제든 스태그플레이션이 옮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고준형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안에 유가가 120달러 내외까지 치솟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중국경제도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 경우 2009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시장 경색 지속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해 기업의 자금동원 비용이 높아져 설비투자 하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도 경제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인플레이션(inflation)과 경기침체(stagnation)의 합성어.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후퇴하는 특수상황을 지칭한다. 오일쇼크 등으로 전반적 물가가 치솟아 개인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부진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