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 개막으로 유류세 일괄 인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권 이양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참여정부와 이명박 당선인 측의 정책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 유류세 조기 인하를 둘러싼 가장 큰 변수다.
정부는 그간 "유류세를 일괄 인하해도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갈지 효과가 불분명하고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효과가 돌아간다"며 인하를 거부해 왔다.
세금 인하보다는 수요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유류세는 거두기가 편한 세금인 만큼, 세수 감소를 걱정한 측면도 크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이 같은 논리는 입지가 크게 약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이 당선인이 유류세 10% 인하를 공약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당선인 측의 압박 강도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조세정책을 책임진 재정경제부 입장에선 유가 100달러 돌파가 '전향'의 적당한 구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7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둔 재경부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선에서 탄력세율 조정 등의 방법으로 유류세를 다소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와대의 고집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참여정부는 이미 서민 난방유 등에 적용되는 탄력세율을 줄였고, 휘발유의 탄력세 30% 가운데 20%를 진작에 소진했다"며 "인하 여지가 10%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후속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탄력세율을 추가 조정하려면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이 당선인 측은 국회에서 세법 개정을 통해 유류세율을 직접 내릴 수밖에 없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일 라디오에 출연해 "유류세 인하 계획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하겠다고 하는데 2월 국회에서 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4월 총선 이슈로 끌고 가 총선 뒤에라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유류세 인하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다. 결국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유류세 인하는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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