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직ㆍ문건영 지음 / 강 발행ㆍ408쪽ㆍ1만5,000원
BC 1만5,000년 무렵에 사람들이 이미 지구 대부분 지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4만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부터 곧바로 장거리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숱한 여행 중 고대 실크로드는 문화적 만남이 최초로 이뤄진 곳이다.
실크로드라는 말은 1877년 독일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사용했다. 애당초 중앙아시아 사막에 놓인 길을 일컬었던 실크로드는 사막뿐 아니라 초원과 바다로도 이어졌고, 사막에도 길이 더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책은 직업 여행가가 아닌 차병직ㆍ문건영 변호사 등 10명이 2006년 2월 13~23일 열흘간 실크로드를 여행한 기록이다.
중국 시안에서 출발해 둔황, 투루판, 쿠처를 따라 서역북로(톈산산맥 남쪽으로 난 길)를 밟으며 서쪽으로 가다가 타클라마칸을 남쪽으로 종단해 민펑, 호탄으로 이어지는 서역남로(쿤룬 산맥 북쪽으로 난 길)를 답사했다.
그리고 중국 서쪽 관문 카슈가르까지 간 뒤 비행기로 우루무치와 시안을 거쳐 돌아왔다. 답사한 도시를 이으면 길이가 1만㎞에 달할 정도로 대장정(大長征)이었다. 낙타를 타고 다니는 대상(隊商)들이 아무리 서둘러도 하루 30~40㎞를 갈 정도니 10개월 가까이 걸어야 하는 거리다. 그 길을 저자 일행은 10일 만에 ‘주마간산’격으로 주파했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의 느낌을 적은 여행기라기 보다 실크로드에 얽힌 역사와 문학, 인물을 풀어놓은 ‘색다른’ 여행기다. 저자의 말대로 ‘각자의 기분대로 쓴 글’이기도 하다. 소재만 겨울에 다녀온 중국의 실크로드로 같을 뿐이다.
또한 일반 여행기와 달리 120여권에 달하는 실크로드 관련 책을 읽고 난 뒤 그 내용을 아주 자세히 풀어 놓아 역사책에 가깝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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