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선심성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류세는 물론 민간이 정하는 휴대전화 요금을 새 정부 출범 전에라도 인하하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공적자금을 동원해 신용불량자 720만 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이어, 취득세 등록세도 1%포인트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거듭 지적하는 얘기이지만 인수위가 왜 이리 성급하게, 설익은 정책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수위의 역할은 원활한 정권 교체를 준비하고,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검토라는 단서를 달더라도 인수위의 발표는 그 의미가 막중하다. 섣부른 정책 발표는 인수위의 권한에도 벗어날 뿐 아니라 새 정부 행보에 족쇄를 채우는 경솔한 행동이다.
몇 가지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이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친기업적 정부를 표방하면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통신요금을 인하하도록 종용하는 사례가 그렇다.
또 개인이 진 빚을 국민 세금으로 갚아 주거나, 금융질서의 기본이 되는 신용기록을 삭제한다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빚은 안 갚고 버텨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과거 한나라당이 공격하던 참여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보다 한 술 더 뜨는 발상이다.
법인세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낮추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정부 지출을 10% 줄이고 장기적으로 균형재정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을 지금보다 대폭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따라서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내기에 앞서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마땅하다.
‘구세주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지금도 과잉상태다. 불에 기름을 붓듯이 선심성 정책으로 기대를 더 부풀리는 것은 정권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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