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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분야별 이슈점검] <1> 비정규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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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분야별 이슈점검] <1> 비정규직 문제

입력
2008.01.0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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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사회를 엄청난 혼란으로 몰고 간 비정규직 문제는 올 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장에 처음 시행되면서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을 촉발시켰던 비정규직 보호법이 7월부터는 100~299인 중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없이 7월을 맞이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난해 보다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법 적용 확대로 노사 긴장감 고조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비정규직이 같은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임금 등 근로 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법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내쫓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비정규직법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하고 비정규직 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 등의 편법을 동원했으며,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은 비정규직들은 영업장 점거, 분신 사망 등 극단적인 수단들을 동원해 거세게 저항했다.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확대 적용될 100~299인 사업장에는 벌써부터 노사 간에 긴장감이 감돈다. 100~299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약 43만명이다. 지난해 7월 처음 법이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6만명)보다 7배나 많다.

사용자는 인건비 부담 상승과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면 월 평균 1,500만원 정도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경우 나머지 직원들은 해고하거나 용역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구로구의 한 전자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37)씨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에 많은 직원들이 해고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계약직으로 3년간 성실하게 근무해 온 한 동료는 지난 연말에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도록 한 비정규직법 때문인 잘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새 정부 들어서면 나아질까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연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등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교육 훈련ㆍ컨설팅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법인세나 사회보험료 감면 등 당초 거론됐던 핵심 사안들은 모두 빠져 ‘알맹이 없는 대책’ 지적을 받고 있다.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에서도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없다. 다만 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비정규직 문제 해법에 대한 대강의 윤곽은 그릴 수 있다.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동일 장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 임금의 90%정도는 줘야 한다”고 밝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기업에 제한을 가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성장 우선의 친기업적인 시장주의 경제 정책을 구사하겠지만, 비정규직 보호 문제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가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에 철저히 시장경쟁 원칙을 강조하는 이 당선인이 기업의 부담과 반발을 무릅쓰고 비정규직 보호 정책을 밀어붙일지 의문”이라며 냉소적이다.

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8대 아젠다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다”며 “새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는 청년실업 해소 등 일자리 문제도 풀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경욱 이랜드노조위원장

너나없이 새 희망을 얘기하느라 들뜬 새해 벽두, 김경욱(37·사진)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지난 한해 동안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가 해를 넘긴 새 해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지난 한 해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 했다. 지난해 6월 사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외주화에 맞서 파업을 주도했다. 난생 처음 삭발도 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일에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매장을 조합원들과 함께 기습 점거했다. 점거 농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20일간의 점거 농성은 공권력 투입으로 강제 해산됐다.

이 때부터 김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삶은 확 바뀌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아줌마 계산원들은 열혈 투사가 됐고, 점거 농성으로 유치장에 다녀온 한 여성 조합원은 남편의 잦은 구타와 이혼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집에서 쫓겨나 선배나 동료 집에 얹혀 살고 있으며,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조합원들도 생겼다. 투쟁을 접고 재취업을 시도한 조합원도 있지만 이랜드 투쟁 경력 딱지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몇 년 전만 해도 '민노총= 빨갱이'라며 욕했던 김 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3개월간 구속된 뒤 집행 유예로 풀려나 지금은 민노총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는 사측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점거 농성을 시작한 7월부터 5개월째 집에 한 푼도 못 갖다 줬다. 그는 "그 동안 저축한 돈으로 어렵게 살아 왔는데, 이마저 바닥나면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아내와 두 아들(5세, 3세)에게 미안할 뿐이다"며 눈시울을 붉힌 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철저한 준비 없이 비정규직법을 시행한 정부와 이 법을 악용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과 투쟁 중인 이랜드 조합원은 8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목표는 간단하다. 현장에 돌아가 예전처럼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교섭에 진전된 입장을 보이던 사측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나오면서 태도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랜드 사태의 원인은 노조에게 있다'고 말한 게 사측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죠. 칼자루를 쥔 사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하면 될 텐데, 투쟁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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