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공천 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이 '취임(2월 25일) 이후 공천'을 고수하는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측 일각에서는 집단행동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당선인이 여러 번 입에 올렸던 "기쁨은 잠시고"라는 말이 한나라당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꼴이다.
이 당선인 진영이 공천 시기를 취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과 총리 및 각료 인사청문회를 처리해야 하는데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이 협력하겠느냐는 것이다.
인수위 업무와 공천 업무 병행의 어려움, 선거일 1개월 쯤 전에야 매듭지어지는 선거구 재조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보수 라이벌인 '이회창 당' 등에 이삭줍기의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전술적 고려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당선인측의 일정대로 공천결과가 발표되면 후보 등록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아 탈락자들의 선택이 극도로 제한된다.
양측의 해묵은 갈등과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고려할 때 박 전대표측의 불안과 의심을 단순한 '피해의식'으로만 볼 수도 없다.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당선인측과 그 라이벌 세력이 공천싸움에 몰두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향후 당내 주도권과 계보 소속원들의 밥그릇이 걸린 문제여서 피차 물러서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 해도 이 당선인과 박 전대표가 직접 맞부딪치는 모습은 흉해 보인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적했듯이 두 사람은 공천 문제에 직접 말할 권한이 없다. 정해진 당헌당규에 따라 의결 절차를 거쳐 진행하면 그만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 정치를 보기를 원한다. 공천문제는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서 약속을 지키는 신의와 서로 믿는 신뢰의 정치를 할 능력이 있는지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