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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마치 검은 지옥…한밤까지 더딘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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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마치 검은 지옥…한밤까지 더딘 수습

입력
2008.01.0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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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사망자와 생사 미확인자 등 40여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창고 화재 현장은 오전10시49분 화재 발생 뒤 몇 시간이 지나도록 끊임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가 일대를 뒤덮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불길에 탄 뒤 뜨거운 열기와 함께 하늘로 솟았던 우레탄 등 화학 물질은 검은 낙진이 되어 비처럼 쏟아졌고, 불길을 잡기 위해 달려 온 소방차 200여대로 일대 도로는 완전한 마비 상태였다. 화재를 진압하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소방대원 900여명, 경찰 370여명의 모습과 유가족의 오열하는 장면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힘겨운 구조작업, 꺼져가는 희망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웃음소리가 번지던 냉동물류창고 공사장. 한 순간의 폭발로 현장은 불바다를 이뤘다. “빨간 불덩어리가 저쪽으로 미는 바람에 (바닥에) 툭 떨어졌다.” 생존자 안순식씨의 말대로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다.

불길에 갇힌 실종자의 구조전화를 받고 소방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였고, 화학물질이 타는 유독가스와 엄청난 화염에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냉동물류창고 직원들과 공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가족들도 사고 현장에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오후 늦게까지 화재가 진압되지 않자 꺼져가는 희망에 넋을 잃어갔다.

소방대원들이 오후2시30분께 본격적인 수색 구조작업을 시작하자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소방대원 250여명이 화재현장으로 진입한지 40여분 만인 오후 3시11분 소방대원들과 함께 나온 것은 검은 천에 쌓인 3명의 시체였다.

이어 오후3시25분에 3명, 오후4시7분에 1명의 시체가 더 나오는 등 시신이 갈수록 늘어가자 화재현장 한 켠에는 유족대책사무소가 마련됐고, 일부 유가족은 취재진을 붙잡고 통곡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창고 내부에 쌓아놓은 우레탄 원료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켜 내부 붕괴 위험이 커지자 오후5시께 구조대원을 모두 철수시키고 1시간 여 가량 수색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소방당국은 지하1층 천장을 10여 군데 구멍을 낸 뒤 거품으로 내부를 채워 폭발위험을 줄이고 배연차를 이용해 연기를 빼낸 뒤 오후8시 다시 구조에 들어갔다.

■ 충격에 빠진 주민들

냉동창고 주변 200여 가구 주민 600여명도 마을 방송을 듣고 호법면사무소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냉동창고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선(43ㆍ여)씨는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연달아 나면서 불기둥이 치솟았다”며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아주머니 1명이 ‘살려달라’고 외치며 식당으로 뛰어들어와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주머니의 겉옷이 모두 불에 탔고 살갗도 벗겨지는 등 화상이 심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목격자들은 이날 화재와 폭발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증언했다. 다른 냉동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박모(38ㆍ여)씨는 “꽝 소리가 연달아 나면서 건물 외벽이 심하게 흔들렸고 이어 비명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다른 목격자 이모씨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주차된 차들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고 몸서리쳤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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