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4일 한때 배럴 당 100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까지 치솟자, 정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100달러라는 상징적 숫자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은 침체하면서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점차 짙어짐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가속화
지난해 후반기부터 전세계 경제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의 물가불안이 가시화하면서 향후 경제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쇼크가 지속되고 있는 미국은 유가급등으로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돼 왔던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3.2%상승해 3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서브프라임모기지 쇼크를 겪었던 지난해 2.1%보다도 낮은 1.8%로 예상하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40~45%로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석유제품 가격을 통제해오던 중국 정부도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지난달초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기조를 지난 10년간 지켜오던 '온건'에서 '긴축'으로 전환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 동안 유가 상승의 완충역할을 했던 중국물가가 향후 불안해지면,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충격도 가시화
국내에 주로 도입되는 두바이유 월평균 도입가격이 11월 배럴 당 8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각종 경제지표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그 동안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낮은 환율과 수출 증가로 호조를 보여왔지만, 지난달 결국 57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 동안 안정세를 이어오던 물가도 지난달 3.6% 상승을 기록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동안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무역수지 흑자와 저물가 기조'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새 정부가 목표로 한 '금년도 6%성장'전략도 시작부터 위협을 받게 됐다.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에서 4%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연평균 원유 도입가를 배럴 당 70달러 후반에서 80달러 초반으로 가정한 결과이다.
만약 올해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를 기록한다면, 6% 성장은커녕 4%대 방어도 버거워 보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상반기 90달러대를 유지하다 하반기에는 100달러 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만일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4%중반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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