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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수입된 한국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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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수입된 한국 크리스마스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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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산 지 벌써 5년째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는 법에 익숙지 않다. 익숙지 않다기보다 좀 허전한 느낌도 들고 마음에 외로움도 남는다.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축하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대해 한국 친구와 요즘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 축하하는 풍속 유럽과 아주 달라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라는 것은'수입'된 축제일이기 때문에 축하하는 방법과 의미가 서양 나라들과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지내는 것보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데이트하면서 로맨틱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12월 초 시작되고, 24일은 정점이 되고 31일을 넘어 1월1일에 끝이 난다. 이 시즌은 성인 니콜라스의 날로 시작된다. 성인 니콜라스는 바로 산타 할아버지다. 유럽에서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때 오시는 것이 아니라 12월 6일인 성인 니콜라스 날에 오신다.

성인 니콜라스는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붉은 색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수도사처럼 갈색 옷을 입고 있고, 체코와 폴란드 등 천주교 나라에서는 하얀색 옷을 입고 있다.

또 니콜라스는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당나귀를 타고 온다. 그 대신 루프레흐트라는 하인 한 명이 함께 온다. 루프레흐트는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년동안 착한 일을 하지 않은 아이들을 때린다.

착한 아이들에게 니콜라스는 전통적으로 귤과 땅콩을 준다. 이 이야기를 한국 사람에게 하면 조금 실망한다. 영화의 영향인지 다들 미국식 산타 할아버지를 상상한다.

사실 붉은색 옷과 모자에 긴 하얀색 수염,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1930년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로 시작된 것이다. 이런 미국식의 산타 할아버지 이미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전통적인 의미와 크게 다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25일이 아닌, 거룩한 밤 24일에 축하한다. 가족이 모두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불 켜진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유럽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이다. 또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나도 역시 12월만 되면 갑자기 유럽에 있는 가족들이 더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한국에서 1월 1일은 크리스마스처럼 '수입'된 날이다. 달력을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꾸었더니 신기하게 새해를 두 번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아시아 나라인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완전히 달력을 서양식으로 바꾸어 새해를 1월1일 딱 한 번만 축하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1월 1일보다 음력 설날을 더 크게 축하한다.

■ 어디 식이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국 사람이 느끼는 설날처럼 서양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명절이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반면, 12월 31일은 밤을 새우면서 친한 친구들과 밖에서 시끌벅적하게 놀고 1월 1일 아침까지 축하를 한다. 정확히 밤 12시가 되면 샴페인을 터트려 모든 친구들과 건배하는 것이 그 밤의 하이라이트이다.

한국식이든 서양식이든 나도 독자 여러분께 새해인사를 하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08년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웰티 패트릭 서울대 한국철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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