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11월 시 장원에 정수화(민족사관고)양의 <첫눈> 이 뽑혔다. 첫눈>
이야기글 부문에는 변혜지(정의여고)양의 <화장> , 비평ㆍ감상글에는 김은휼(울산 한빛고)군의 <마더 테레사의 삶 그리고 신념> , 생활글에는 김다애(울산 신선여고)양의 <끝난 이야기> 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끝난> 마더> 화장>
첫눈
정수화 (필명 shiny)
쌓인 눈 위로 짐승이 끌려간 자국만 역력한 것으로 보아 너는 어제도 울었었나 보다
부는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신발 사이로 끼어 내 발을 얼리는 것으로 보아 나도 어제 울었었나 보다
첫눈이 내렸었나보다
풀린 수채화처럼 멀건 풍경을 채우는 눈이 내리는 밤이었다
별 대신 녹아내리는 그것들을 보며 너는 자주 내 손을 보채었다
그 손에 희미하였던 혈흔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창틀 사이로 스멀거리는 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너는 좀더 잔인해져야 했고
그런 너를 품기 위하여 나 또한 살벌해지었다
이젠 흙 대신 눈을 밟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떨구는 너를 보며
나는 눈 대신 눈물이 내려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였다만
뒷골목 구석구석을 휘날릴 피곤함에 일찌감치 눈망울이 풀리었다
내일은 새벽부터 짐승을 잡아야겠다며 누인 그 뜨거운 몸둥아리를 감싸안으려는 나를
너는 거칠게 거부했다만 나는 아직도 너의 발바닥이 주무르고 싶다
그 새벽에 나무를 가르고 어둠을 넘는 일이란 얼마나 고될 것인가
나는 너의 심장 어디에선가 하나의 완연한 번짐이 되어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온기가 남아있는 눈발만 모아다가 너의 자리에 깔아주어
네 그 야윈 몸 편휘 뉘이고 싶었다
어색한 첫눈만큼이라도 나를 반기었다면
나는 그렇게 눈발에 휘날릴 수도 있었으리라
먼 풍경이 첫눈에 지워지고 있다
▲심사평
shiny의 <첫눈> 은 인간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는 외로움을 발견한 성숙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한 첫눈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이를 잘 풀어내고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첫눈> 은 서로 안길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 서글픈 소외 속에서도 뜨거운 심장을 마주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지만, 결국 눈이 내리고 모든 것은 지워지고 모든 일은 똑같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는 결말을 짓고 있습니다. 이는 시에 대한 성숙한 인식과 끊임없는 고민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말할 수 있습니다. 김경주ㆍ시인 첫눈>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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